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36·삼성)의 홈런포에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 9경기에서 홈런 5개를 터트렸다. 지난 15일 대구 넥센전에서 7경기 만에 시즌 첫 홈런을 친 이승엽은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2호, 22일 청주 한화전에서 3호를 쳤다. 그리고 26일 대구 롯데전에서 4호, 27일 인천 SK전에서 5호로 2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렸다. 일본에서 8년 만에 돌아온 이승엽이 국내 무대 적응을 마쳤다. 조만간 한 경기 멀티 홈런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승엽 특유의 몰아치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실투 많은 한국이 일본 보다 편하다
최근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는 시즌 초반 안 좋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어이없는 헛스윙이 줄었다. 그만큼 공을 오랜 시간 정확하게 보고 있다. 또 임팩트 순간 배트가 빨리 뒤집어져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휘었던 현상이 사라졌다. 이승엽의 올해 나이 36세다. 나이가 들면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좋은 눈을 갖고 있다. 투수의 공을 끝까지 잘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분명히 달라진 건 상대하는 투수들의 기량이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한국 보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을 자주 상대했다. 일본 1군 투수들은 선발이나 중간 불펜 가리지 않고 제구력이 뛰어나다. 반면 한국에선 선발과 중간 불펜 투수들의 기량차가 아직 크다. 일본 보다 실투가 많다. 이승엽이 선발 투수들에게 막히더라도 나중에 나오는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승엽이 친 5개의 홈런은 모두 실투에 가까웠다. 이승엽은 27일 SK전 3회, 외국인 선발 로페즈의 한가운데로 몰린 싱커(구속 139㎞)를 잡아당겨 우월 솔로 홈런으로 만들었다. 볼카운트 B3S1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을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홈런을 직감했다. 이승엽의 홈런으로 이어진 고원준(롯데)의 체인지업(130㎞), 바티스타(한화)의 직구(152㎞), 니퍼트(두산)의 투심(141㎞), 오재영(넥센)의 직구(140㎞)도 가운데 또는 높은 쪽으로 쏠렸다.
홈런 30개 목표 달성 충분하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집중견제를 당했다. 초반 4년 동안 홈런 115개(14→30→41→30)를 쳤다. 후반 4년엔 홈런이 44개(8→16→5→15)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는 무너져 있었다. 또 국내 야구의 수준이 올라간 상황에서 예전 처럼 홈런을 칠 수 있을지 물음표를 다는 사람도 많았다. 실제로 초반 홈런이 생각처럼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은 친정에서 빠르게 연착륙했다. 일본 시절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일본과 달리 왼손 투수가 나왔을 때 빠지는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주로 지명타자로 나가기 때문에 수비 부담도 없다.
그럼 이승엽은 올 시즌 몇 개의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산술적으로 요즘 같은 페이스라면 올시즌 44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변수는 많다. 하지만 큰 부상이 없다면 시즌 전 삼성 구단에서 기대했던 홈런 30개는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집중 견제는 숙제
이승엽의 방망이가 달아오를수록 투수들의 견제는 심해질 것이다. 시즌 초반 처럼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투수들이 제구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 천하의 이승엽도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포크볼 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 또 상대 투수들이 이승엽의 몸쪽으로 위협구를 던질 수도 있다. 8년 간의 일본 시절 내내 그를 괴롭혔던 게 몸쪽 공이다.
투수들은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정면 승부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볼넷으로 출루시키더라도 홈런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쓸 수도 있다. 이런 난관은 이승엽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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