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타이거 우즈(37·미국)는 대회 최종일마다 승리의 빨간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는다. '골프 황제'일지라도 징크스는 무시 못할 일. 29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끝난 국내 유일의 유러피언 투어 제5회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들도 그들만의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특정 색의 옷을 입지 않는다. 경기 전날, 당일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먹는 음식까지 다 달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은 라운드 직전 먹는 음식이다. 오전 티오프와 오후 티오프에 따라 먹는 음식도 제각각이다.
아시아인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챔피언 양용은(40·KB금융)은 '특별함'을 좋아한다. 양용은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평소에 주로 먹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음식과 함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라운드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오전 티오프면 속이 거북하지 않게 초밥 등의 가벼운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오후에 티오프일 경우 당일 오전보다 전날 저녁 식사에 만전을 기한다. 힘을 내기 위해 주로 고기를 섭취한다.
2005년 PGA투어 장타상(318야드)을 수상한 스콧 헨드(39·호주)는 아시안투어를 뛰며 동아시아 음식에 익숙해졌다. 한국에 방문한 것만해도 15차례. 김치찌개와 삼겹살을 즐기고 매운 청양고추까지 좋아한다. 하지만 대회 전날 단 한가지 음식을 피한다. 다 먹어도 중국 음식은 '절대 금지'. 그는 "중국 음식도 상당히 좋아히지만 대회 전날 이걸 먹으면 기름기가 많아 라운드 도중에 배탈이 나더라"고 말했다.
'패셔니스타' 홍순상(30·SK텔레콤)은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시험 보기 전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학교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바나나'는 꼭 챙겨 나간다. 라운드 중 배고프거나 체력이 바닥날 때 바나나가 에너지를 보충해준다. 2010년 일본프로골프 투어 상금왕 김경태(26·신한금융)는 배탈을 걱정해 경기 전날 날음식을 피한다.
PGA 투어 '슈퍼 루키' 배상문(26·캘러웨이)은 "음식은 다 잘 챙겨먹는다. 아무것이나 먹어도 상관 없다"고 밝혔다. 라운드 도중에서는 어머니가 삶아준 밤을 챙겨 먹기도 한다. 그러나 그도 징크스는 있었다.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검은색 모자를 쓰지 않는단다. 검은색이 싫어서다. 배상문은 발렌타인 챔피언십 대회기간동안 검은색 의류와 모자를 입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검은색으로 오해를 살만한 상의도 가까이서 보면 남청색이었다. 나흘 내내 흰 모자만 착용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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