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7개(공동 1위), 타율 3할3푼9리(59타수 20안타·9위), 타점 20개(2위), 장타율 7할8푼(2위), 출루율 4할9리(8위). 팀의 주축인 5번 타자, 클린업 트리오의 일원으로서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요즘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강정호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흐뭇하다. 워낙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고, 잠재력이 있어 잘 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기세게 무섭다.
특히 홈런 페이스가 눈에 확 들어 온다. 지난해 133경기에서 12개를 때렸는데, 올 해는 16경기에서 벌써 7개를 쏘아올렸다. 4번 타자를 맡았던 지난해에 비해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이택근이 가세하고, 박병호가 4번으로 나서면서 부담이 준 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강정호는 분명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아니다. 보통 슬러거들은 큰 스윙, 소위 홈런 스윙을 앞세워 공을 힘으로 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강정호는 이런 스윙과 거리가 있는 중장거리 타자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홈런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손목힘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배트에 힘을 싣는 콘택트 능력이 굉장히 좋아, 공을 정확하게 맞히면 타구가 힘있게 멀리 날아간다. 또 상대 배터리의 의중을 파악해 잘 노려친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 공을 배트로 때리는 지점이 지난해보다 공 한 개 정도 앞에 있다. 중심축을 뒤에 안정적으로 두고서 배트를 더 끌고나와 공을 때린다. 그만큼 배트에 체중이 실려 타구가 뻗어나가는 것이다.
29일 오후 청주종합운동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한화 안승민에게서 좌중월 2점 홈런을 친 넥센 강정호가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청주=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강정호가 지금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5~30개의 홈런이 가능하리라 본다. 25개는 현실적인 수치이고, 30개는 본인이 하기에 달려 있다. 이제 팀당 16~17경기를 치렀는데, 페넌트레이스는 길고 길다. 강정호가 이 긴 기간에 스스로 잘 관리를 한다면 5개를 더해 30개를 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타자든 투수든 항상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 흔히 타격감이 좋을 때 '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133경기 중 공이 수박만하게 보이는 게임은 많아야 10경기 정도다.
몸 컨디션과 타격 컨디션은 또 다르다. 아무리 몸이 좋아도 타격감이 떨어질 때가 있고, 몸이 안 좋아도 타격감이 좋으면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몸 상태도 안 좋고 타격감도 떨어지는 슬럼프가 찾아올 것이다. 길어질 수도 있고, 바로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 슬럼프 때는 한 경기에 볼넷 1개, 안타 1개를 때린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좋은 타자가 되려면 상대 투수를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어려움을 빨리 극복할 수 있다. 도로에서 자동차가 고장났는데, 정비사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법이다. 최소한 뭐가 문제를 일으켰는 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양준혁 SBS 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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