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뒤엔 그를 닮고 싶은 유창식이 있었다.
한화는 자칫하면 연패가 길어지면서 수렁에 빠질 뻔 했다. LG와의 주중 경기에서 2연패를 당한 상태. 특히 2일 경기에선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 등판했음에도 힘한번 쓰지 못하고 2대6으로 졌다.
에이스가 나선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하면 후유증이 남는다. 게다가 한화는 주말에는 대구에서 삼성과 3연전을 치러야한다. 시즌 초반에 예상보다 성적이 저조하지만, 삼성은 기본적으로 투수력을 갖춘 팀이다. 한화가 쉽지 않은 일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3일 LG전이 중요했지만 경기 전까지 도무지 한화의 승리를 예상하긴 힘든 분위기였다. 한화의 2년차 투수 유창식은 이날 올시즌 들어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불펜에서만 6경기에 등판했었다.
그동안 선발투수로 기용되지 않은 건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훈캠프부터 선발 테스트를 받았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고 한다. 구위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너무 커서 고정 선발로 내세우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쨌든 스팟 스타터(임시 선발)가 투입된다는 건 팀으로선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니 경기 전까지 한화가 또한번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야구, 몰라요'는 역시 명언이었다. 유창식은 3일 LG전에서 5⅔이닝 동안 1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피칭 내용이 대단했다. 5회 2사후에 오지환에게 중전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노히트 게임으로 진행됐다. 1회에 볼넷 때문에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재율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탈출한 게 이날 호투의 원동력이 됐다. 5회 1사후 유강남을 우익수플라이로 잡기 전까지는 타구가 외야까지 단 한차례도 날아가지 않았다.
전지훈련 이후 유창식의 피칭폼이 점점 더 류현진과 닮아간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딛는 오른쪽 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가 스트라이드를 하는 폼이 비슷하다. 이날 LG전에서도 문득문득 류현진의 피칭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다. 본래 학습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역시 왼손투수인 유창식은 팀선배이자 롤모델인 류현진의 피칭폼을 통해 기량과 기를 함께 물려받고자 했을 것이다.
뜻이 통했다. 하루전 류현진이 무너지고 팀이 집단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던 타이밍에, 유창식은 마치 좋을 때의 류현진이 던지는 것과 같은 위력을 보여줬다. 투구수는 99개. 포심패스트볼은 최고시속 148㎞까지 나왔다. 131~138㎞ 스피드의 슬라이더 28개를 섞었는데 효과가 좋았다.
왼손투수 유창식은 프로야구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2011년 신인이다. 유창식을 지명한 한화에겐 '꼴찌를 기록한 덕분에 받게 된 축복'이란 덕담이 쏟아졌다. 하지만 고교때 너무 많은 피칭을 한 탓인지 어깨 부상이 도졌다. 지난해 26경기(선발 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6.69에 그쳤다. 계약금만 7억원을 받아 '7억팔'이란 별명이 따라붙었는데, 나중엔 다소 비아냥의 의미가 더해지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조금 다를 것 같다. 투구수 관리와 공에 힘을 모으는 요령을 조금만 더 가다듬는다면 점점 더 류현진과 비슷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시즌 초반, 한화의 최대 위기에서 유창식이 팀을 구했다. 류현진이 무너졌어도 그 뒤에 류현진의 '아바타' 유창식이 있었다.
유창식은 경기후 "팀의 연패를 끊어서 좋았다. 열심히 던졌다. 지난 시즌에 비해 볼 스피드가 좋아져 자신감 있게 직구 위주로 피칭했다"고 말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렇게만 던지면 앞으로도 계속 선발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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