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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머리' 스무살 송마음의 생애 첫 실업탁구 우승기

by 전영지 기자
◇송마음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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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는 튀죠. 끼도 있고, 완전 신세대죠. 매력 있어요." 김택수 대우증권 총감독의 평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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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머리' 송마음(20·대우증권)에게 '마음'을 뺏겼다. 좀처럼 웃지 않는다. 소문난 '포커페이스'다. 매서운 눈매, 강단 있는 몸놀림으로 탁구공을 쫓는다. 송마음은 2일 KRA컵 SBS탁구챔피언전 여자단식 결승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서야 비로소 생긋 웃어주었다. 작은 얼굴에 깜찍한 '사과머리' 소녀가 말했다. "경기장에선 안 웃어요. 탁구 칠 땐 선후배 없이 냉정해야 하거든요."

'한솥밥 결승전'이 더 뜨거웠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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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승전에선 김 감독의 애제자 송마음과 이 현(20·대우증권)이 격돌했다. 김 감독은 흐뭇한 얼굴로 제자들의 맞대결을 지켜봤다. "우리 애들 정말 귀엽지 않아요?"라는 한마디엔 기특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둘다 리그 첫 우승이니 누가 1등을 해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실업대회에서 '한솥밥 맞대결'은 싱겁게 끝나기 쉽다. 이날 신세대 두 선수의 승부는 의외로 불꽃 튀었다. '1-2위의 상금 차가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경기 후 송마음에게 물었다. "아니에요. 1등을 누가 하든 상금은 똑같이 반으로 나누기로 했어요"라고 했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결승전이 TV로 생중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년 절친 선배 이 현과 '진짜 멋진 경기'를 하자고 약속했다. 탁구팬들과 시청자들이 시선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이었다. 첫 세트를 송마음이 11-7로 땄지만 이후 2세트를 쉽게 내줬다. 3-4세트는 듀스 접전끝에 11-13로 졌다. 순식간에 세트스코어 1대3, 패색이 짙었다. '독종' 송마음은 위기의 순간 마음을 다잡았다. 4세트를 11-6, 5세트를 11-8, 6세트를 11-9로 줄줄이 잡아내며 꿈같은 실업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우증권이 창단 5년만에 첫 여자단식 우승 쾌거를 일궜다. 주인공은 '신세대 사과머리' 송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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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마음은 준결승에서 왼손 펜홀더 심새롬을 꺾었다. 반대쪽 테이블에선 이 현이 삼성생명 에이스 문현정을 잡아줬다. 문현정은 '송마음 천적'이다. 문현정에게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현이언니가 현정언니를 잡아줘서 우승한 거죠"라며 웃었다. "우리 팀이 우승한 거예요." 상금을 정확히 반으로 나눠야 할 이유라고 했다.

◇송마음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사과머리' 송마음 "평범한 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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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승해도 찜찜해요. 언니들이 다 나왔을 때 우승해야 진짜인데." 송마음은 스스로의 우승 평가에도 냉정했다. 김경아 박미영 석하정 등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표선수들의 불참을 언급했다. 그러나 선수층이 두터운 대한항공, 삼성생명 등을 제치고 대우증권 '스무살 선수' 2명이 결승 무대에 오른 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었다. 생애 첫 우승의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비슷하지만 늘 마지막 한점, 노련미가 부족했다. 이제 언니들과 맞서서도 과감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하은(18·대한항공) 전지희(20·포스코에너지)와 함께 한국 여자탁구를 이끌어갈 차세대다.

지난 1월 세계선수권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후 상심이 컸다. 지난해 로테르담세계선수권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었다. 20일 휴가를 받아 아무 생각없이 놀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테이블 앞에서 '초심'으로 이를 악물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탁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권유로 탁구라켓을 잡은 이후 탁구선수 이외의 길은 생각해본 일이 없다. 육선희 대우증권 여자팀 코치는 "마음이는 공격적이고 날카롭다. 선제를 잡으면 좀처럼 놓치지 않는 근성이 있다"고 칭찬했다. 결승에서 1대3의 세트스코어를 4대3으로 뒤집은 것은 큰 변화였다. "성격이 급해 예전같으면 그냥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잘 안풀릴 때 오히려 차분해지고 냉정해졌다"라며 심리적인 성장을 칭찬했다.

송마음은 평범을 거부하는 신세대다. 호불호가 정확하다. 요즘 말로 '쿨'하고 '시크'하다. 스타성이 다분하다. "튀는 거 좋아해요. 남들과 똑같은 건 싫어요. 평범하면 안돼요." '사과머리' 역시 '튀는' 송마음의 야심작이다. 스트레스는 쇼핑으로 푼다. "지갑도 사고, 액세서리도 사고…." 소소한 아이템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스무살이다.

'마음이'의 올해 목표는 대우증권의 여자단체전 첫 우승이다. "현이언니와 단식 1-2위를 했으니, 단체전도 잘할 수 있을 것같다"며 웃었다. 윤재영 정영식 서정화 등이 건재한 대우증권 남자팀은 지난 4월 전국종별선수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회장기, 전국체전, MBC최강전 1-2차전에서도 우승했었다. 남자들의 우승을 축하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은 아쉬웠다. "남녀 동반 우승하면 다같이 하와이 가기로 했어요." 송마음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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