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타 맞대결, 신경전은 뜨거웠다.
5일 대구구장. 삼성과 한화의 시즌 4차전이 열린 가운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승부가 있었다. 어린이날이라 흥행성도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며 국민들에게 희열을 안긴 두 남자. 바로 박찬호와 이승엽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싱거웠다. 이승엽을 3타수 무안타로 돌려세운 박찬호의 판정승. 하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재밌는 요소가 있었다. 모두가 집중했던 만큼, 당사자인 둘 역시 서로를 의식했다.
이승엽, 박한이를 벤치마킹했다?
1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둘은 처음 만났다. 박찬호로서는 경기 시작 후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맞은 첫번째 위기였다. 이승엽은 타석에 들어선 뒤 심판에게 손을 들고 스파이크로 땅을 골랐다. 중간에 배트로 스파이크를 터는 모습까지 관찰됐다. 특별히 타격 준비 자세가 길지 않은 이승엽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10초 이상이 흘렀다.
주자 때문에 세트포지션 상태에 있던 박찬호는 그동안 얼굴 앞에 글러브를 대고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자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젓고 한차례 투구판을 벗어났다. 이승엽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승엽이 이렇게 타석에서 뜸을 들인 이유는 의도된 행동이었을까. 경기가 끝난 뒤 이승엽은 "(박찬호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팀의 한 선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속내를 감췄지만, 앞선 타석의 박한이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박한이는 현재 국내프로야구에서 타격 준비 시간이 가장 긴 선수다. 자신만의 독특한 준비 자세를 모두 수행하고 나서야 투수를 바라본다. 이날 박찬호는 박한이와 세차례 상대해 2안타를 내줬다. 투수와 타자의 타이밍 싸움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다.
어쨌든 박찬호는 이승엽을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이승엽은 박찬호의 143㎞짜리 바깥쪽 직구를 결대로 밀어쳤다. 안타성 타구. 하지만 좌익수 이양기가 슬라이딩하며 잡아내는 호수비로 박찬호를 도왔다.
면도날 제구 박찬호, 여기는 일본?
두번째 대결도 흥미로웠다. 박찬호의 투구패턴 때문이다. 마치 면도날 같은 제구력으로 이승엽을 고전케 한 일본인투수 같은 모습이었다.
박찬호는 철저하게 스트라이크존 양옆으로 공을 던졌다. 초구 투심패스트볼을 바깥쪽으로 낮게 던진 뒤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바짝 붙였다. 화들짝 놀란 이승엽은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3구는 또다시 바깥쪽 직구였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자 이승엽은 파울로 커트해냈다. 이승엽은 맘대로 안된다는 듯 타석을 멀리 벗어났다 돌아왔다.
다음 공 2개는 몸쪽이었다. 이승엽은 몸쪽 꽉 차게 들어온 직구를 그대로 지켜본 뒤 같은 코스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받아쳤지만,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좌우 코너웍이 완벽했다.
1회 무려 31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수관리에 고전하고 있었기에 빠른 승부를 펼칠 수도 있었지만, 이승엽에게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승엽을 노련하게 상대한 것이다. 박찬호도 이에 대해 "승엽이가 요즘 잘 치고 있어 의식을 많이 했다. 큰 것을 맞지 않으려고 코너웍에 신경썼다"고 밝혔다.
4회 2사 1,3루 상황에서 맞은 세번째 승부에서는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승엽은 타석에 들어선 뒤 곧바로 심판에게 무언가를 어필했다. 바로 백스크린 앞에 있는 중계카메라에 빛이 반사돼 정상적으로 타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이 문제로 박찬호의 투구 패턴이 흐트러진다면, 4회 보크로 1실점하며 흔들리고 있던 박찬호에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결국 경기가 속개되자 포수 신경현이 한차례 마운드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이승엽도 잠시동안의 경기 중단이 미안했는지, 박찬호에게 손을 들어 양해를 구했다. 박찬호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등 이번엔 철저하게 낮은 공으로 승부했다. 결국 이승엽은 바깥쪽 낮은 직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제대로 된 스윙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한창 안좋을 때 갖다 맞히는 타격을 보는 듯 했다.
승부는 싱겁게 끝났지만, 역시 박찬호와 이승엽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로 불릴 만 했다. 다른 선수들이 보여주기 힘든 노련미를 보이며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다. 다음 맞대결의 승자는 누구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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