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있는 C자가 굉장히 무겁더라구요."
한상훈(32)은 올시즌 한화의 주장을 맡았다, 80년생으로 주장으로서는 다소 어린 나이. 게다가 팀에 고참들도 많았기에 한상훈의 주장 선임은 의외였다. 한상훈은 한대화 감독과 선-후배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주장으로 추대됐다.
지난해 말 한 감독은 한상훈을 주장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한상훈은 허슬플레이를 마다하지 않는 집중력과 투지가 장점이다. 그런 플레이가 희생정신으로 비쳐지기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주장으로서 자신의 근성을 팀에 불어넣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주장의 짐은 생각보다 컸다. 정상급의 수비력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만으로는 부족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었다. 자꾸 위축이 됐다.
이런 한상훈이 주장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는 맹타를 휘둘렀다. 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4회 결승타 포함 5타수 5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5안타는 개인최다이며, 안타와 2루타 3루타를 모두 때려내 홈런만 있었다면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한상훈은 "요즘에 계속 잘 안 맞았었는데…"라는 말부터 꺼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됐지만, 그동안 팀에 미안함이 큰 모양이었다. 한상훈은 "유니폼에 붙은 C자를 떼고 싶었다. 주장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장의 짐은 어떤 기분일까. 한상훈은 "같은 실수를 해도 주장일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크다. 지금은 똑같은 실수도 데미지가 있는 것 같다. 팀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르다"며 "그때마다 감독님께 정말 죄송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삼성과의 3연전을 통해 자신감을 찾은 모양이었다. 4일 경기서는 3타수 2안타, 5일은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5타수 5안타로 펄펄 날았다. 한상훈은 "오늘을 계기로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젠 가슴에 새겨진 '캡틴'이 짐이 아닌 자랑스러운 표식이 된 듯 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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