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기(26)는 2년 전 포항 스틸러스에서 울산 현대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상무 제대 이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둥지를 옮겼다. 이적 이후 첫 시즌은 시련이었다. 오장은(수원)의 백업멤버였다. 김호곤 울산 감독도 고슬기의 장점을 파악하는 시즌으로 삼았다. 때문에 1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고슬기가 '철퇴축구'의 핵을 자리매김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공격도 되고 수비도 되는 장점이 그라운드에서 살아났다. 2007년 K-리그 데뷔 이후 최다인 7골(2도움)을 기록했다. 컵대회 우승과 K-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올시즌 초반은 잿빛이었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3월 6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1차전(2대1 승)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다. 재활에 매달렸다. 다행히 팀이 탄탄한 스쿼드를 갖춘 터라 쉽게 꺾이지 않았다. 그런데 3월 말부터 이상 조짐이 생겼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선수들이 점점 지쳐갔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로 경기에 간간이 경기에 투입됐지만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따뜻한 봄은 4월부터 맞았다.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3차전(1대1 무)부터 선발 출전했다. 이후 울산은 무패 행진을 달렸다. K-리그(4승2무)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2승1무)에서 9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다.
고슬기는 '멀티 플레이어'다. 그의 역할에 따라 전술이 바뀐다. 고슬기에게 딱 맞는 옷은 측면보다 중앙이었다. 섀도 스트라이커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누구보다 많이 뛰면서 패스를 공급한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강조하는 김 감독의 '철퇴축구'에 안성맞춤인 선수였다. 김 감독은 "고슬기의 포지션 이동으로 팀 컬러가 달라질 수 있다. 매경기 선발 명단을 짤때마다 고민하는 것 중 하나다. 전방과 미드필더에 둘 것인가, 전방에 두면 가운데 또는 측면에 기용할 것인가 등을 고민한다"고 했다. 이어 "고슬기가 있으면 스피드한 경기 운영이 될 수 있다. 특히 득점도 해주고 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김 감독이 예뻐할 수밖에 없는 고슬기다. 5월 6일 전남전(1대0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울산을 리그 1위로 올려놓았다. 답답한 공격이 펼쳐지던 후반 40분 '철퇴'를 날렸다. 대포알같은 중거리슛이었다. 고슬기는 "중거리슛을 많이 훈련한다. 감독님도 자신있게 때리라고 주문하신다"고 했다. 자신의 공격포인트가 늘어난 것은 '빅 앤드 스몰' 김신욱-이근호의 역할도 컸다. 고슬기는 "신욱이나 근호의 공격이 좋기 때문에 수비가 그쪽으로 쏠린다. 나한테 찬스가 많이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슬기는 올시즌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20개의 공격포인트(10골-10도움)다. 이대로 고슬기의 활약이 유지된다면 울산의 '더블'은 이루지 못할 꿈도 아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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