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지난 한 달간 선수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아마도 '올시즌 목표는?'이었겠죠. 어떤 인터뷰를 하더라도 늘 마지막은 '팬들에게 한마디' 나 '시즌 목표는?' 등의 상투적인 질문이 차지합니다. 소설로 치면 언제나 클리쉐가 반복되는 문장의 나열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저도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이건 '가장 좋아하는 팀은?' 다음으로 자주 듣는 질문이죠. 그럴 땐 이렇게 대답합니다. "좋아하는 팀은 취재할 때 도움을 많이 주는 팀이고, 좋아하는 선수는 인터뷰 할 때 말 잘하는 선수에요"라고.
대부분 제가 먼저 다가가서 인터뷰를 끌어내지만, 가끔은 선수들이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꼽아봤습니다. 선수들이 저에게 자주 하는 질문 '베스트 5'.
대표적으로 한화 류현진 선수를 꼽을 수 있는데요. 절 보면 언제나 "언제 왔어요?"입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한 그 인삿말은 제가 대전에 갔을 때나, 서울에 원정을 왔을 때나 한결같습니다.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났을 때도 첫 인사말은 예의 "언제 왔어요?"였지요.
두 번째, "누가 말 제일 잘해요?"입니다. 선수들은 어려운 질문을 받아 힘겹게 대답을 하고 나면, 다른 선수들은 뭐라고 했는지가 궁금해지나봐요. 넥센 신인 한현희 선수도 이런 말을 했었는데요, 말미에는 "제가 사투리가 심해서요. 인터뷰 하기가 힘드네요"라고도 하더군요.
세 번째, "살쪘어요?"에요. 이건 뭐, '몸짱'으로 불리는 KIA 이용규 선수가 자주 하는 말인 것 같은데요. 볼 때마다 '살쪘어요?'라고 하더군요. 몸 관리에 철저한 선수일수록 무엇이든 잘 먹고 다니는 '포동포동한' 저에게 살 빼라는 직언을 서슴없이 하기도 합니다.
넘버 4, "오늘 해설 누구에요?"라는 질문입니다. 이유는 각자 선호하는 해설위원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네요. 특히 롯데 강민호 선수는 지금은 KIA 수석코치로 부임한 이순철 전 해설위원을 좋아했는데요. 타격이나 포수리드의 전반적인 부분을 관심있게 이야기해 준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어떤 선수들은 자신과 친한 해설위원이 나온다고 들으면 "오늘 저에 대해서 좋은 얘기 좀 많이 해달라고 전해줘요"라는 청탁을 넣기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는 많이 듣는 이야기. 바로 "누구세요?"입니다. 선수들이 먼저 알아보고 다양한 대화를 나눌 것 같지만, 실제로 "누구시죠? 앗! TV에서 보던 거랑 좀 다르네요"라고 합니다. 선수들은 '무슨 채널, 어떤 프로그램의 누구'하는 식으로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명확하게 모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죠. 처음에는 그냥 '저 여자','그 리포터'라는 식으로 불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름을 알고 서로 알아보게 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밖에 뛰어난 패션센스를 자랑하는 LG 박용택 선수는 가끔 '의상이 예쁘네요'라고 할 때도 있고, 삼성 박석민 선수는 꼬박꼬박 '밥은 먹었어요?'라고 챙겨주기도 합니다. 일방향의 질문만 있던 야구장은 쌍방향 대화 덕분에 한층 풍성한 이야기와 훈훈한 정으로 차오릅니다.
올 시즌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서로 하게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뭐 들을수록 기분좋은, 이를테면 "볼 때마다 예뻐지네요"같은 말을 많이 들었으면 하네요. 그러면 저도 "올 시즌 정말 잘하고 계시네요~"라고 화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질문의 시작은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야구장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MBC 스포츠+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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