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 대전의 K-리그 9라운드. 후반 16분 전남 공격수 이종호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대전 수비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공을 밟은 뒤, 다시 몸으로 공을 짓눌렀다. 순간 그라운드 위에서 '뻥'하는 소리가 들렸다. 올시즌부터 K-리그의 공인구로 사용되고 있는 아디다스의 '탱고 12'가 고무풍선처럼 터진 것이다. 최명용 주심은 공을 들어다보더니 교체 사인을 냈다. 프로축구연맹 한 관계자는 "경기 중 공이 터진 건 처음 본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아이다스는 터진 공을 수거해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탱고 12는 올해 6월 폴란드-우크라이나가 공동개최하는 유로 2012의 공인구로 사용된다. 패널(이하 외피)을 고열 접합 방식으로 결합한 탱고 12는 외피 표면에 미세 특수 돌기를 달아 발과 공사이에 환상적인 그립감을 제공하며 공기 보유력을 증가시키고 수분 흡수율을 줄여 공의 전달력 및 정확도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년 동안 개발에 공을 들여왔으며 아디다스가 개발한 공인구 중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치기도 했다. 연맹 관계자는 "다른 메이커의 공은 외피를 실로 꿰매는 일체형이지만 아디다스의 공은 외피를 하나하나 공기주머니에 본드로 접착해 비가 와도 수분 흡수율이 적다"며 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공이 터졌다. 원인은 접착 방식으로 부착한 외피와 공에 공기를 넣는 방식에 있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외피를 공기주머니에 직접 부착하다보니 공에 공기를 가득 넣었을 때 외피가 늘어날 공간이 없어 균열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20~30%의 공기를 더 넣으면 균열이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에 연맹은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공에 공기를 가득 넣어 심판에게 건네면 심판이 공기를 빼며 공의 압력을 맞추던 기존 방식을 변경했다. 심판들이 공기를 주입하며 압력을 맞추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각 구단에 공기 압력기를 제공,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K-리그 10라운드부터 이같은 방식으로 공에 공기가 주입돼 사용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0.6 이상의 기압이면 경기의 공인구로 사용될 수 있다. K-리그의 경우 0.9~1.1 기압이면 사용이 가능하다. FIFA는 공의 기압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지만 공기 주입 방식에 대한 세부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결책이 있는 문제였다면 왜 사전에 방지를 하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권종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도 공기 주입 방식에 따라 공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에서 공기를 빼는 것보다 주입하며 압력을 체크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공기를 가득 넣으면 공이 돌처럼 딱딱해지는데 접합 부분이 늘어나게 되고 공기를 빼더라도 늘어난 부분은 다시 수축되지 않아 공의 변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 관계자도 "공의 구조적인 차이를 염두에 두고 공기 주입 방식에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이 터진 것을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올시즌 새롭게 K-리그에 선보인 공인구다. 야심차게 개발한 '탱고 12'는 첫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아디다스가 공개한 공기 주입 방식에 의한 결함도 추정일 뿐이다. 엄격한 사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기 중에 공이 터지는 코미디가 재발해서는 안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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