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시절 에닝요와 이동국은 견원지간이었다.
두 선수는 2009년 전북에서 만났다. 이동국은 성남을 떠나 전북에서 재기를 도모할 때였고, 대구에서 활약했던 에닝요는 최강희 감독의 야심작이었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두 선수의 만남은 기대를 모았다. 화합은 쉽지 않았다. 훈련장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서로를 믿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확인하고 힘을 합쳐 승수를 쌓아가자 그제서야 불신의 벽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손을 맞잡은 두 선수는 2009년과 2011년 전북이 두 차례 K-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태극전사들의 수장이 된 최 감독이 '에닝요 귀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내놓은 회심의 한 수다.
그동안 최 감독은 K-리그 경기장을 두루 찾으면서 2선 공격을 수행할 측면 자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유럽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펼쳐지는 최종예선에서 해외파의 활약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가 에닝요 발탁이었다. 3년간 전북에서 조련한 에닝요의 기량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9일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제3차 기술위원회에 참석한 신홍기 A대표팀 코치는 "감정 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 무대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이미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이런 면이 입증됐다. 최 감독도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상 첫 귀화 선수 A대표팀 발탁'이라는 처방을 통해 국내 선수들의 경쟁심을 이끌어 내려는 포석도 있다.
에닝요 발탁의 핵심은 '최전방 공격 극대화'에 있다. 에닝요가 2선 지원과 세트플레이에 아무리 좋은 활약을 펼치더라도 최전방 마무리 능력이 없다면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전북에서 활약이 가능했던 것은 이동국과 동료들 때문이었다. 변변한 파트너가 없었던 대구 시절과 전북에서의 활약만 비교해도 답이 나온다. 최종예선에서 국내파를 중용할 생각인 최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동국을 최전방 킬러로 내세우는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에닝요~이동국 라인의 파괴력은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검증이 된 부분이다. 전방 파괴력 극대화와 최종예선 통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박주영 발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병역'이라는 예민한 문제와 더불어 아스널에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떨어진 경기력에 대한 불확신을 지우기 힘들다.
에닝요 귀화 및 A대표팀 발탁에 축구협회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대표팀 전력 강화 면에서 보면 생각을 해 볼 만한 문제다. 기량은 검증이 됐다. 최종예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귀화 선수에 태극마크의 문호를 개방하는데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아직까지 한국어가 서툰 에닝요가 A대표팀에 발탁되더라도 선수들과 잘 섞일 수 있느냐는 점도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다문화 시대라는 점에서 보면 (대표발탁은) 충분히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도 오랜기간 K-리그와 유럽무대에서 외국 선수들을 경험했다. 예전에 비해 (외국인 선수 발탁 문제에) 성숙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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