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와 큰 관련없는'이라면 보통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가 연상된다.
일방적으로 한팀이 대량 점수를 낸 터라 이기고 있는 팀이나 지고 있는 팀 모두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양팀 모두 기분은 다르지만 큰 부담없이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투수 운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투수 조련 9단'인 넥센 김시진 감독에겐 특히 그렇다. 김 감독은 8일 목동 LG전에서 2-7로 크게 뒤지던 9회초 이날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병현을 마운드에 세웠다.
'승패와 상관없는 상황서 불펜 투수로 몇경기 투입하겠다'고 이미 공언했지만, 고국에서의 첫 등판이기에 어차피 결과와 상관없다면 이기는 경기에서 나서는 모습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김병현이 이기는 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서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빙의 경기에서도 투입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병현이 B조, 즉 패전 처리 불펜 투수가 아닌 상황서 왜 굳이 지는 경기에만 투입시킨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병현은 궁극적으로 선발 투수이기 때문"이라는 김 감독의 설명이 뒤따랐다. 김 감독은 "우리가 이기고 있는 경우 상대팀은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 있다. 만약 실점까지 한다면 다음 투수까지 준비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지고 있으면 상대팀 선수들도 여유 있게 타선에 나선다. 그만큼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즉 예정대로 선발 투수로의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가능하면 최소화시키겠다는 것.
김 감독은 "더 늦지도, 더 빠르지도 않게 예정대로 착착 준비시키고 있다. 무리를 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며 "불펜에서 1~2경기 더 던지게 한 후 선발 투입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넥센은 부진한 심수창이 8일 2군으로 내려간데 이어 9일 왼 늑골에 실금이 간 문성현마저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비교적 잘 들어맞고 있던 5선발 체제에서 무려 두 군데나 구멍이 났다. 그 사이 8일까지 4연패에 빠졌다. 투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서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선수 시절 너무 팔을 혹사해 '짧고 굵게' 마운드에 섰던 아쉬움을 제자에게만큼은 되풀이시키지 않겠다는 명투수 선배로서의 따뜻한 배려이기도 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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