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집을 1년 계약했어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롯데는 2012 시즌을 앞두고 걱정이 앞섰다. 야심차게 영입한 정대현이 무릎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SK로 떠나보낸 임경완이 그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걱정은 기우였다. 혜성처럼 나타난 옆구리 투수가 두 사람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김성배는 9일까지 13경기에 등판, 10⅔이닝을 소화하며 3홀드 방어율 2.53을 기록중이다. 주형광 투수코치가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면 이정도로 해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이다. 그야말로 '보물'을 건졌다.
롯데행 소식 들은 후, 30분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때는 지난해 11월 22일.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각 구단은 40명의 보호선수를 지명했고, 나머지 구단들은 보호명단 안에 들지 못한 선수를 지명해 영입할 수 있었다. 롯데는 1라운드에서 3억원을 지불하며 두산 김성배를 데려왔다. 주 코치는 당시를 회상하며 "양승호 감독님께서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던 선수였다. 2차 드래프트에 나왔다는 소식에 '무조건 영입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배에게는 충격이었다. 2003년 두산에 입단,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며 단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40인 보호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었던 것 자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김성배는 "물론 구단의 기대에 보답은 못했지만 9년 동안 스프링캠프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두산도 김성배에 공을 들여왔다는 뜻. 이어 "때문에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기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고 말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후 충격에 30분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건 새 팀 롯데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나서였다. 김성배는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롯데에서 한 번 잘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부산으로 옮길 채비를 준비했다.
냉정히 말하면 두산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정든 팀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없었을까. 김성배는 "정말 챙겨주시고 아껴주셨었다. 오랜 기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부산 집 1년 계약 했던 이유
그렇게 김성배는 롯데에 새 둥지를 틀었다. 81년생이지만 미혼인 그는 부산에 혼자 살 집을 구해야 했다. 김성배는 "조그마한 방을 1년 계약했다. 롯데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인생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박이 터졌다. 이제 김성배는 롯데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김성배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다짐하고 상동에서 겨우내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의 배려도 한 몫했다. 사실 김성배는 팔꿈치 통증으로 사이판 전지훈련에 함께하지 못했다. 10m 밖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새 팀에와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무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몸 만들어지면 꼭 부를테닌 차분하게 운동하라"라는 양 감독의 격려에 체계적인 운동을 했고 결국 일본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에 완벽한 몸상태로 참가할 수 있었다.
김성배는 두산 시절을 떠올리며 "두산에서 기회를 정말 많이 주셨다. 하지만 냉정히 돌이켜보면 1군에서 던질 몸을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날 왜 올리지'라는 생각이 심적 부담감으로 연결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공을 던져 성적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김성배의 목표는 소박했다. "그동안 많이 아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 더. 그는 "나이도 나이인 만큼 결혼도 해야하지 않겠나. 롯데에서 계속 뛰며 부산에 확실히 터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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