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갖기 힘든 프로농구 FA의 기회. 자신의 몸값을 알아볼 수도 있었고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원소속팀과 도장을 찍은 선수가 있다. KGC의 백업 파워포워드 김일두다. 그가 KGC와 시원하게 계약을 맺은 것은 바로 '의리' 때문이었다.
김일두가 원소속팀 KGC와 FA 계약을 체결하며 2012년 프로농구 FA 계약의 스타트를 끊었다. 김일두는 지난 8일 KGC와 계약기간 5년, 연봉 2억5000만원(연봉 2억2500만원, 인센티브 2500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연봉 1억4000만원에서 무려 78.6%가 오른 금액이었다.
김일두의 계약 소식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FA 시장의 블루칩으로 평가되는 김일두가 너무 빨리 계약을 끝마쳤다는 것, 그리고 지난해 평균 3.1득점 1.3리바운드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한 김일두가 생각보다 좋은 조건에 계약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평가가 나온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다.
이번 FA 시장에서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은 오는 15일까지다. 그 이후 김일두를 원하는 팀들이 있으면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김일두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었으면 일단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으면 됐다. 실제 많은 구단들이 김일두에 군침을 흘릴만 했다. KGC에서는 오세근의 백업으로 뛰어 객관적인 기록 수치가 낮을 수 밖에 없지만 특유의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와 장신임에도 비교적 정확한 3점슛을 갖추고 있어 센터진이 취약한 팀에서는 주전으로도 충분히 뛸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봉서열이 30위권 밖이라 보상선수와 보상금을 내주지 않아도 되는 장점까지 갖췄다.
하지만 김일두의 생각은 KGC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상범 감독 때문이었다. 결혼 준비를 위해 캐나다 벤쿠버에 건너가있는 김일두는 전화통화에서 "감독님이 계시는 한 KGC를 떠날 이유가 없었다.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일두는 경복고-고려대를 나와 대전고-연세대를 나온 이 감독과 학연으로도 얽혀있지 않은 사이. 그리고 평소 이 감독에게 가장 많이 욕을 먹는 선수다. 하지만 김일두는 "감독님은 내 은인"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KGC의 한 관계자도 "감독님께서 매사 성실하고 우직한 일두 같은 스타일을 정말 좋아하신다.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혼도 내고 하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감독의 이런 마음을 김일두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단도 이런 김일두에게 통큰 연봉을 선사했다. 농구계의 한 관계자는 "KGC가 이정도 연봉을 줬다는건 최고 대우라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KGC는 "객관적인 성적이 중요한 선수가 아니다. 그동안 KGC에서 공헌해온 점을 충분히 고려했다. 팀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활약도 큰 선수"라고 밝혔다. 김일두의 '의리'에 KGC도 '의리'로 화답한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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