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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155㎞직구, 제구난조 오히려 무기가 됐다

by 김남형 기자
삼성 박석민이 3회 공격때 LG 선발 리즈의 머리 근처로 날아온 직구에 놀라 넘어지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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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외국인투수 리즈가 시속 155㎞ 포심패스트볼과 함께 선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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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과 함께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리즈는 엉망인 제구력 때문에 볼넷을 남발하다가 지난달 말 2군으로 내려갔다. 그후 다시 선발 수업을 받은 뒤 13일 1군에 등록, 이날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복귀 무대였다. 5이닝 동안 5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광판 기준으로 포심패스트볼 최고구속 155㎞를 기록했다. LG 전력분석쪽에선 156㎞까지 나왔다. 평균적으로도 150~151㎞ 수준의 직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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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력 난조, 차라리 그걸 이용하라?

두산 이혜천이 지금보다 빠른 직구를 뿌리던 때의 일화다. 당시 코치들은 이혜천에게 "너는 등판해서 몸풀 때부터 네 맘대로 막 뿌려라. 제구력 잡을 걱정하지 말고 차라리 연습 피칭때 (엄청 높거나 옆으로 빠지게 던져서) 백스톱에도 하나 꽂아주고 그러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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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0㎞를 던지지만 제구력 부족에 시달리던 때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구력은 단시일내에 안정되기 어렵다. 그러니 코치들은 차라리 부실한 제구력을 장점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로 이혜천에게 충고한 것이다.

이같은 충고의 밑바탕에는 '제구력 부족한 빠른 직구=공포 유발'이라는 의미가 깔려있다. 빠른 직구는, 기본적으로 타자가 치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그 공이 몸쪽으로 날아올 경우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저 친구가 나를 맞힐 지도 모른다'는 의식을 갖게 되면 타자는 아무래도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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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의 '눈높이 직구'와 공포

리즈가 개막후 3주간 마무리투수를 맡았을 때는 제구력 부족이 엄청난 약점이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리드를 지켜야하는데 자꾸 볼넷이 나오니 결국엔 스스로 무너졌다. 때문에 억지로 가운데로 넣으려다보니 구속도 느려졌다. 선발로 돌아오니 얘기가 달라졌다. 긴 호흡과 흐름 속에서 피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파이어볼러 특유의 강속구를 마구 뿌릴 수 있었다.

특히 이날 경기 초반, 리즈의 150㎞대 직구가 타자 눈높이로 날아가는 경우가 몇차례 있었다. 1회와 3회의 삼성 박석민 타석때 유독 그런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물론 이날 한차례 정도를 제외하면 리즈의 포심패스트볼이 타자 몸쪽으로 지나치게 가깝게 붙지는 않았다. 하지만 빠른 직구가 약간 몸쪽으로 붙어 날아오는데, 그 높이가 눈높이인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럴 경우엔 시선에 공이 완전히 들어오기 때문에 타자는 몸쪽으로 딱 붙어 날아오는 걸로 느끼게 된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일 것이다.

리즈는 이날 '들쭉날쭉 제구력' 때문에 오히려 상대 타자에게 혼선을 주는 효과를 얻었다.

헤드 헌팅과 고의성 여부

이날 삼성의 1회 2사 2루 찬스에서 박석민이 리즈의 몸쪽 직구 때문에 배트를 집어던지면서 한차례 넘어졌다. 제3자의 시각에선 이 장면은 사실 넘어질 정도까지의 위협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빠른 공이라 박석민은 본인도 모르게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박석민은 3회에도 2사 1,3루에서 리즈의 포심패스트볼 5개와 131㎞짜리 슬라이더 1개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화들짝 놀라거나 결국 또한번 넘어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특히 마지막 6구째 149㎞ 직구가 이번엔 머리와 상당히 가까운 쪽으로 날아왔다. 진짜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 공으로 볼넷을 얻긴 했지만 박석민은 주저앉아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바로 이때 삼성 류중일 감독이 구심에게 다가가 어필했다. "리즈가 자꾸 빈볼성으로 던지는데 경고라도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현장 대기심이었던 KBO 나광남 심판위원은 "리즈가 고의성은 없고 제구력이 나빠서 그런 것이라고 구심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의적인 '헤드 헌팅'은 당연히 퇴장까지도 나올 수 있는 플레이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선 로저 클레멘스와 마이크 피아자가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헤드 헌팅'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국내프로야구에서도 한때 투수가 타자의 머리를 맞힐 경우엔 이유 불문하고 퇴장시킨 시기가 있었다. 덕분에 선발투수가 1회에 곧바로 퇴장당하는 다소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이날 리즈는 들쭉날쭉한 제구력 덕분에 효과를 봤다. 아직은 투구수를 많이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84개를 던지고 5이닝만에 강판했지만, 리즈가 선발로서 자리를 잡으면 LG는 선발진 운영이 한결 편해질 수 있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삼성 류중일 감독이 3회초 공격중 LG 선발투수 리즈가 빈볼성 공을 자꾸 던진다며 박종철 구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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