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는 상식같은 관습이 있다.
좌타자 앞 좌투수 투입 같은 사례가 대표적.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사실. 당연한듯 받아들이던 명제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반박에 나섰다. 맹목적으로 믿을 건 못된다는 소신이다.
13일 광주 KIA전. KIA가 좌완 선발 심동섭을 냈지만 두산의 1~3번은 모두 왼손 타자였다. 이종욱-정수빈-김현수의 외야 트리오. 이유는 간단하다. 좌투수 상대 성적이 좋다는 설명. 김진욱 감독은 "종욱이, 수빈이, 현수가 모두 왼손 투수에게 강하다. 가끔 이 선수들 앞에서 상대팀이 좌완 불펜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속으로 '땡큐'한다"고 말했다.
이종욱은 좌투수 상대(0.304)가 우투수(0.257), 언더투수(0.167)보다 더 좋다. 김 감독은 "종욱이는 치려는 의욕이 강하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율이 안좋다는 건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좌투수가 나오면 오히려 스윙 궤적을 줄이면서 결과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
정수빈도 좌투수 상대(0.333) 타율이 우투수(0.309), 언더투수(0.143)으로 더 강했다. 김현수 역시 좌투수 상대 타율 (0.364)이 우투수(0.333), 언더( 0.000) 상대보다 낫다.
김 감독은 오히려 전날 개인 통산 100호 홈런을 날린 오른손 거포 최준석을 라인업에서 뺐다. 최준석은 좌투수를 상대로 0.182에 그쳤다. 언더투수(0.375), 우투수(0.267)에 비해 약했다.
좌타자냐 우타자냐의 기계적 판단이 아니라 실제 상대 데이터에 기반한 타선 배치. 김진욱 감독은 "KIA 선발 심동섭도 좌타자 상대 타율이 4할대(0.438)고 오히려 우타자 상대 타율이 1할대(0.133)이었다"며 상식의 오류를 경계했다.
김 감독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감독의 선택을 빛내준 타자가 바로 김현수였다. 심동섭을 상대로만 5회 역전 결승 2루타 등 2안타, 3타점을 퍼부었다. 바뀐 좌투수 진해수로부터도 볼넷을 골라 이날 무려 3차례나 출루했다. 사실 이날 김현수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다. 오른손 새끼 손가락이 여전히 성치 않았다. 전날 KIA전에서도 통증으로 게임 도중 교체됐을 정도. 부상 선수는 절대 보호하는 김 감독은 고민했다. 하지만 본인이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나선 김현수. 좌완 심동섭을 상대로 멀티히트를 날리며 3타점을 쏟아부었다. '소신'을 지킨 김 감독을 빙긋 웃게 만든 맹활약.
김현수는 경기 후 "타격할 때 손이 여전히 조금 울린다. 하지만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 이만하면 다 나은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왼손 투수 상대 성적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글쎄, 이번 시즌 초반에는 좌투수들이 내게 많이 맞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똑같다. 특별히 왼손이라고 의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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