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준양 포스코그룹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뒤바뀐 게 말이다. 박영준(52·구속)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권력형 비리 관련 의혹은 정 회장의 경영자질로 번졌다. 2009년 회장 선임 과정까지도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낸다. 취임 이후 최대 위기다. 올 초 연임 당시만 해도 '경영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다. 연임에 성공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정 회장의 위기가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권 교체만 되면 뒤숭숭해지는 포스코,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포스코는 국내 최고 철강사다. 철강 경쟁력은 세계 1위. 차세대 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기술을 확보하며 글로벌 최고 철강사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2010년에 이어 지난해 6월 2년 연속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다. 세계 34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기술력, 수익성, 원가절감, 재무건전성, 원료 확보 등을 평가한 결과다. 포스코의 성장 중심엔 정준양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제철소 현장소장, 생산기술부문 대표를 지낸 현장형 CEO답게 첨단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정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찬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 회장에 대한 평가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박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비리 의혹의 뭇매는 고스란히 정 회장을 향하고 있다. 의혹은 의혹을 낳으며 사실인 냥 비춰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2009년 취임 과정을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번지더니 경영능력에 까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1분기 영업이익(개별 기준 4200억)이 전년 동기 대비 54.2%가 떨어졌기 때문. 사실 포스코의 1분기 대외적 환경에 따른 것이다. 세계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 원료가 상승 등에 따른 결과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들어) 음해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내외부적인 경영능력 검증을 통해 회장에 취임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포스코의) 위기를 기회가 만들기 위한 움직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포스코의 성장에 글로벌 철강사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철강시장의 패권 장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가능성은 극희 희박하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기업 경쟁은 철저히 시장경쟁에 의해 움직인다. 정치적 상황을 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현재 상황은) 외부적 요소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내부적 요소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시기 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내부적 시스템의 문제라고 했다. 정치권과 확실히 선을 긋고 움직이지 못하는 경영시스템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사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교체될 때면 전임 회장이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휘말렸고, 의혹을 해소하기 보다 중토 사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장 선출과 관련해) 민영화 이후 내부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은 단순 의혹일 뿐이라고 했다. 사실이라면 현재 상황에서침묵 대신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침묵은 의혹을 키울 뿐이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 회장은 현재 대외활동을 최대한 삼가는 분위기다. 11일 여수엑스포 개막식을 불참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가 총출동한 상황에서 의외의 행보다. 특히 철강산업과 해양 관련 밀접도가 높은 점에 비춰볼 때 정 회장의 불참은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민영화 전환 이후 독립성을 확보했지만 정권 교체기가 되면 흔들리는 포스코. 최근 박 전 차관 관련 권력형 비리의 의혹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는 향후 글로벌 1등 철강사로서 성장에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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