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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는 박주영을 버리지 않았다, 박주영이 버렸다

by 김성원 기자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17일 서울 논현동 나이키 풋볼 큐브서 26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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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인 1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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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했으면 좋겠다.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게 맞다. 나도 17일 명단을 발표해야 한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키를 넘겼다. 16일 자정까지 연락을 기다렸다. 그는 끝내 침묵했다.

최 감독이 결국 칼을 뽑았다. 박주영(27·아스널)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단추에서 제외됐다. 최 감독은 17일 서울 논현동 LG디스퀘어에서 스페인과의 친선경기(5월 31일·이하 한국시각)와 카타르(6월 9일·원정)-레바논(6월 12일·고양)과의 최종예선 1, 2차전에 출전할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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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진했다. 태극마크는 박주영을 버리지 않았다. 박주영이 태극마크를 버렸다.

최 감독은 해법이 없었다. '병역 기피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다. 한국인이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지난해 8월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 장기체류 자격을 얻은 그는 병역 연기 혜택을 받았다. 이민자 자격이었다. 병역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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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석상에서는 에둘러 표현했다. 최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의 발탁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선발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장과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번에 최종예선 1, 2차전을 준비하는데 박주영이 얼마만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코치진이 어젯밤 12시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외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씁쓸해 했다. 감정이 아닌 이성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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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는 아니었다. 문은 다시 열어 놓았다. 최 감독은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앞으로도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해줘야 할 선수다. 지도자이기 전에 선배 입장에서 선수가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박주영이 내년 시즌에 팀을 옮길 것이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환경이 바뀌거나 계속 출전을 하게 되면 자기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은 대표팀에서도 만들어줄 수 있다. 선수 선발에 정해진 법은 없다. 대표팀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단 병역 논란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재차 요구했다.

한국 축구와 박주영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그는 A매치 58경기에 출전, 24골을 터트렸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는 태극전사 중 최다인 6골을 터트렸다. 기자회견에서 '마녀사냥'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병역 논란은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현실도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떳떳하다면 소신을 피력하면 된다. 열 번을 요구해도 해야 된다.

박주영 논란은 올림픽대표팀에도 타격이다.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박주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주영은 A대표팀이 내민 손을 외면했다. 홍명보호도 부담이다.

공교롭게 박지성(31·맨유)이 이날 귀국했다. 그는 지난해 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동고동락한 후배 박주영의 처지가 아쉬웠다. 그는 "선수 본인이 판단할 문제였다. 대표팀에서는 중요한 선수를 잃어 안타깝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축구가 어수선하다. '에닝요 귀화 논란'에 이어 박주영 병역 문제도 평행선을 긋고 있다. 박주영의 경우 해답은 나와 있다. 한국 축구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숨어서는 안된다. 태극마크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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