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두 손은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가끔씩 바 아래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의 LG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 애가 탈만도 했다. 9회초 1사 1루. 병살 플레이가 실패로 끝났다. 이성열의 직선타를 수비 잘하는 좌익수 양영동이 놓쳐 적시 2루타. 3-2로 쫓긴 2사 2루. 손을 모으고 있던 주키치는 유원상이 전광석화 같은 2루 견제 아웃으로 경기가 끝나자 비로서 마음껏 환호했다. 시즌 5승째가 달성 순간. "그렇게 끝날 지 몰랐다. 불펜을 믿고 편하게 지켜봤다. 특히 유원상은 팀을 위해 늘 좋은 피칭을 해주는 선수가 아닌가"라고 말했지만 졸였던 심장은 격한 환호에 살짝 묻어났다.
LG 에이스 주키치가 6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파죽의 5연승으로 다승 공동 1위. 주키치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시작된 두산과의 서울 라이벌전 주말 첫 경기에서 8이닝 4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주키치는 LG 타선이 3-1로 앞선 9회초 유원상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유원상이 1실점했지만 세이브를 올리며 주키치의 5승째를 지켰다.
투구수 110개. 컷 패스트볼(주키치의 빠른 공 60개는 모두 컷 패스트볼로 기록됐다) 최고 시속은 143㎞. 여기에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석구석에 찌르며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주키치는 3-0으로 앞선 7회 볼넷과 안타로 허용한 1사 2,3루에서 손시헌의 유격수 땅볼로 이날 유일한 점수를 내줬다.
고비 때마다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 유격수 오지환은 5회 1사 후 잇단 3-유간 호수비를 선보였다. 우익수 이진영도 4회 김현수의 홈런성 타구를 펜스에 기대 잡아낸데 이어 9회 무사 1루에서도 이원석의 우익선상 타구를 잘 잡아냈다.
전담 포수 심광호도 고비 때마다 주키치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템포 조절을 도왔다. 7회 깜짝 대타 오재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심광호는 마운드에 올라 "슬로우, 슬로우(천천히)"를 주문했다. 경기 후 심광호는 "주키치가 가끔 (흥분하면) 힘이 들어간다. 그 때마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알아서 조절한다"며 웃었다.
이날 승리로 기록이 화려해졌다. 지난달 7일 삼성과의 개막전 승리 이후 5연승이자 지난달 20일 KIA전 이후 잠실구장 4연승. 탈보트, 니퍼트, 나이트 등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 그룹에 합류까지…. 올시즌 등판한 8경기 중 무려 7경기 퀄리티 스타트였다. 전날 분펜 필승조 소모로 인해 선발 투수의 긴 이닝 소화가 절실했던 LG벤치에 안긴 선물같은 호투였다.
주키치는 경기 후 "오늘 구위가 좋았고 타자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늘 퀄리티에 목표를 두고 피칭한다. 내 야구 인생에 5승 무패는 처음이다, 오지환, 이진영이 수비에서 크게 도움이 됐다. 야구가 즐겁고 나갈 때마다 팀 승리 위해 노력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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