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놈이든 천놈이든 난 한 놈만 패!"
1999년 개봉한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에 등장하는 '무대포'역의 유오성이 하는 말이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할 때, 수적으로 열세일 때 한 사람, 혹은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얘기다.
지난해 '꼴찌' 넥센이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주유소습격사건'의 그 대사다. 실제로 올시즌 넥센이 그렇다.
넥센은 17일 현재 16승1무14패로 단독 3위다.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절대강자를 넘어 '극강전력'으로 평가됐던 삼성, 우승후보로 꼽혔던 KIA 등을 넘어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있다. 특정팀에 유독 강했다. LG와 다섯 차례 만나 4승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롯데도 '주유소습격사건'에 나오는 유호성의 대사처럼 '집중적으로 때려야 할 한 놈'으로 전락했다. 넥센은 지난 주중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빅빙의 승부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긴 게 아니라, 9대2, 8대0, 9대1로 롯데 마운드를 초토화 시켰다. 시즌 전적 4승2패다. 넥센이 이번 시즌 앞선 팀은 LG와 롯데, 두산(2승1패), 한화(2승1패) 정도다.
유독 LG와 만나면 투타 모두 펄펄 날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영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더비 매치를 빗대 '엘넥라시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다. 지난해 넥센은 LG전에 12승7패를 거뒀다. 상대 7개 팀 중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앞선 팀이 LG였다. 9차례의 1점차 승부에서 6승3패로 앞섰고, 5차례 연장전에서 4승(1패)을 거뒀다. 넥센 선수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LG를 상대할 때는 초반 점수를 몇 점 내줘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올해도 이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LG, 두산과 함께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막내 넥센으로선, 서울팀이 상대적으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기존의 LG, 두산에 비해 전통이나 전력, 인지도가 떨어지다보니 흥행이 쉽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은 "같은 서울팀을 만날 때마다 더 잘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롯데 또한 넥센이 꼭 잡아야할 팀이다. 지난 시즌 넥센은 7승1무11패로 롯데전에서 열세였다. 중요한 매치 때마다 롯데에 발목이 잡혔다. 또 하위권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려면, 기존의 하위권 팀을 잡아봐야 큰 소득을 올리기 어렵다. 상위권팀을 이겨야 승차가 금방 좁혀진다. 롯데는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4강에 든 팀이기에 넥센으로선 꼭 넘고 싶었던 팀이다.
김시진 감독은 "주위에서 특정팀에 집중하는 '몰빵야구'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기고 싶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같은 연고지 팀인 LG, 두산전은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했다.
물론, 상위권에 들려면 특정팀에 강한 면모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몇몇 팀에 승리가 편중하다보면, 다른 팀에 취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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