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은 "팀이 어려울 때는 미친 선수가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치 않았던 선수가 활약해주면 그만큼 팀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난 주중 3연전에서 넥센에 충격의 스윕을 당한 롯데가 18, 19일 열린 KIA전에서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양 감독이 말한 미친 선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동시에 3명이나 말이다.
그 주인공은 내야수 박준서, 외야수 김문호, 포수 김사훈이다. 기록으로만 보면 이 중 으뜸은 박준서다. 2경기 홈런 1개 포함, 6타수 5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8일에는 2루수, 19일에는 1루수로 출전해 무결점 수비를 선보였다. 김문호, 김사훈도 기대 이상이었다. 김문호는 2경기에서 안타수가 1개에 그쳤지만 18일 경기에서 중요한 점수가 난 5회와 6회 각각 안타와 볼넷을 얻어냈고 김주찬이 빠진 좌익수 자리에서 완벽한 수비실력을 뽐냈다. 김사훈은 강민호에게 휴식을 준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평가된 18일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타점으로 연결시키더니 상대주자 이용규의 도루도 저지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양 감독은 "세 선수의 활약에 어려운 고비에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세 사람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양 감독은 "2군에서 열심히 준비했던 선수들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잘해준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빈말로 "잘했다",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각의 선수에 대한 활용 플랜이 계산돼 있었다. 일단 박준서는 2루와 1루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 이 말은 즉슨 홍성흔, 조성환, 박종윤에게 돌아가면서 휴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홍성흔에게 휴식이 필요한 경우 2루에 조성환이 들어가고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박준서와 박종윤이 나눠 맡으면 되는 식이다. 양 감독은 "선수 운용이 매우 수월해질 수 있다"며 반겼다.
김문호는 박종윤이 주전으로 빠지고 이인구가 발목부상으로 빠져 공백이 생겼던 왼손 대타요원과 대수비 요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당장 김주찬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황성용과 함께 주전으로 나서야 한다.
김사훈의 경우는 일각에서 "호흡이 잘 맞는 이용훈의 전담 포수로 써야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아무래도 우천 취소 등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 방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강민호에게 휴식이 필요한건 확실하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누구냐에 관계 없이 3~4경기 정도에 한 번씩 선발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김주찬과 이인구도 1군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의 활약 속에 야수쪽에는 숨통이 트이게 된 롯데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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