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이겨야 기분이 좋겠죠."
KIA의 모든 코칭스태프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인물이 있다. 지난해 팀에 합류하자마자 주전 3루수로 수비의 공백을 메워주면서 팀의 중심타선으로 뜨거운 맹타를 펑펑 터트리던 인물. 단 몇 개월만에 완전히 '타이거즈'의 일원이 된 이범호였다. 이범호가 없는 내야수비, 그리고 이범호가 없는 중심타선의 힘은 너무나 허전했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다른 팀 투수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까지 하면서 이범호의 합류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후반에 생긴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기약없는 재활을 진행했던 이범호가 드디어 돌아왔다.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부터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던 이범호는 복귀 세 번째 경기인 지난 19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홈런까지 터트렸다. 지난해 7월15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308일 만에 터져나온 홈런으로 이범호의 진정한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범호는 지금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긴 재활을 마치고 처음 1군에 돌아왔던 지난 17일에는 "기분이 너무나 좋고, 편안하다"고 했던 이범호는 막상 복귀 후 첫 홈런을 날린 19일 밤에는 "기분이 좋지 못하다. 홈런이야 뭐…"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거의 1년만에 홈런을 친 기분이 짜릿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범호는 "홈런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는 타격감이 이제 조금씩 살아나는 것 자체가 반가울 뿐이다. 하지만 내가 복귀한 뒤에 팀이 3연패 중이라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범호는 책임감이 강한 남자다. 역대 3위의 연속경기 출장(615경기, 2003년8월3일 대전 SK전~2008년6월3일 광주 KIA전)을 세운 데서 알 수 있듯 자신의 임무를 회피하지 않는다. 그런 이범호라도 끈질긴 허벅지 부상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시즌 시작 후 한 달 반만에야 팀에 돌아오게 됐는데, 그 사이 팀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었다. 이범호는 이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하필 또 자신이 복귀한 뒤 3연패를 당했으니 기분이 침울해진 것이다.
그래서 이범호는 홈런을 치고도 웃을 수 없었다. 대신 어떻게 해서라도 팀의 활력을 되찾는 데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특히 이범호는 자신의 선전도 중요하지만, 젊고 가능성있는 후배들을 이끄는 데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범호가 주목하는 인물은 자신이 없을 때 주전 3루수로 나섰던 신인 윤완주다. 이범호는 "나이 어린 선수가 아주 파이팅이 넘치더라. 그런 후배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스스로 잘 하고 있지만, 내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윤완주의 '멘토'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은 이범호 자신도 좋은 선배로부터 많이 배운 경험이 있기때문에 가능했다. 이범호는 "한화 시절에 김민재 선배가 정말 많이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셨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면서 팀의 기둥이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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