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IA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 외국인 투수들이 달라졌다.
마운드에서 사력을 다한다. 초기에 비해 구위도 부쩍 좋아졌다. 수염을 밀고 말끔해진 앤서니는 지난 18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6안타 4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강력한 공을 던졌다. 수비 실책이 아쉬웠다. 좌완 불펜 라미레즈의 구위도 상승세다. 22일 한화전에서 최고 시속 140㎞ 후반을 기록했다. 줄곧 140㎞ 초반대에 머물던 그다.
변화의 이유는 두가지다. 개막 후 50일 여.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치고 몸상태가 정상궤도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또 하나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새 외국인투수 헨리 소사가 이미 입국해 대기중인 상황. 앤서니와 라미레즈,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짐을 싸야 한다. 매 경기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이 될 수도 있다. 활달한 앤서니의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 소리가 부쩍 커진 것도 요즘이다.
둘을 지켜보는 선동열 감독의 마음은 복잡하다. 가야할 선수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고, 새로 오는 소사의 성공 여부에 대한 걱정의 마음도 있다.
선 감독은 누구 못지 않게 외국인 선수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주니치 시절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봤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한국 온지 두 달된 것 아니냐. 너무 이르긴 하다. 팀에 늦게 합류하기도 했다. 적응하는 동안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하는건데…"라며 미안해 했다. 선 감독은 "만약 내가 일본에 갔을 때 팀 사정 상 기다려주지 못했다면 진출 첫해 바로 짐싸서 왔어야 했을 것"이라며 "첫해 부진했지만 주니치에서 계속 기회를 준 덕분에 2년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아마 주니치가 아닌 요미우리였다면 기다려주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긴장도가 부쩍 높아진 올시즌 프로야구 순위 싸움. 거의 모든 팀들이 외국인 선수를 기다려 줄 여유는 없다. 그렇다고 시즌 중 영입한 외국인 투수가 퇴출 선수보다 월등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외국인 교체의 딜레마다. 선 감독 역시 "문제는 바꾼 선수가 더 좋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제 사실 갈수록 한국야구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성공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심정이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퇴출'에 대한 최종 낙점만이 남았다. 24일 한화전 선발로 나선 앤서니와 불펜 라미레즈의 피칭을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 선동열 감독의 마음은 '라미레즈 퇴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선 감독은 "아직 고민 중"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최근 선발 때문에 고생했는데 일단은 선발을 만들어야 불펜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선발 앤서니의 잔류 가능성을 암시했다.
한편, 입단을 앞둔 새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에 대해 선 감독은 "불펜에서 20개 정도 던지는 것을 봤는데 그것만으로는 모른다.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 다만 공은 참 쉽게 쉽게 뿌리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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