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10세와 8세의 김모 자매는 아직도 지난해 9월 15일의 '정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불안증세가 이어지면서 말수조차 부쩍 줄어들었다.
이들 자매에게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악몽의 엘리베이터 30분
이들 자매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 집으로 올라가던 중 갑작스런 정전으로 4층에서 멈춰서며 오후 4시30분부터 30분동안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말았다. 컴컴한 엘리베이터에는 두 자매만 타고 있었던 상황. 당시 4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서자 이를 목격한 4층 주민이 119에 신고를 했으나 당일 119 출동건수가 많았는지 구급대원은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갇혀있는 동안 자매는 공포에 질려 눈물과 땀 범벅이 되었다. 이때의 충격으로 자매는 엘리베이터를 타지않고 15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가기도 했다.
이들 자매의 부모는 이후 정전피해 접수를 받는다고 해 한국전력의 지점을 방문했으나 분노와 실망감만 안은 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 사고의 경우 보상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조차 받지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이들 자매의 사연을 접수한 뒤 피해보상에 발벗고 나섰다.
경실련은 최근 서울 중앙지법에 한국전력과 정부를 상대로 이들 자매에게 각 200만원씩의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국전력은 일반 소비자들과 전기공급 계약관계에 있고 정부도 총체적 책임이 있다는 판단 아래 소송 상대로 결정했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 정부의 경우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현재 피해접수 건별로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피해보상위원회를 개최해 보상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상태. 보상금은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발전회사 등에서 연대해 지급한다.
경실련은 소장에서 "아직 어린 나이에 불과한 아이들이 갑작스런 정전으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게 되면서 느꼈을 불안과 공포, 정신적 고통에 대해 피고들이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증하기가 쉽지않은 보상절차
김모 자매건 뿐만 아니다. 경실련은 이번에 피해보상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4명의 사례를 모아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경실련의 대표 공익소송에 포함된 또다른 피해자 윤모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15일 오후 4시경 갑작스런 정전으로 고시원 전체의 건물 전기가 나갔고 고시원에 설치된 CCTV 화면도 꺼졌다. CCTV 수리기사를 불렀으나 원상회복이 불능하다고 해 결국 181만5000원을 주고 새 CCTV를 구입해 설치해야만 했다. 윤씨는 피해보상을 접수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못하고 있는 상황. 경실련은 윤씨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CCTV 수리비 이외에 정신적 위자료 100만원도 요청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의 보상은 재산적 피해에 한정되고 있다. 이 또한 객관적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않다"면서 "정전피해 신청기간도 단 2주(9월20~10월4일)밖에 되지않아 보상여부를 모르는 다수의 피해자들은 아예 보상에서 제외되었다"고 소송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정당한 피해보상 판결을 받아낼 경우 나머지 국민들도 피해보상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의 피고 중 하나인 한국전력 측은 "전력거래소가 1차 책임이다. 한국전력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식경제부는 "솟장을 받아보지 못해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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