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윕(Sweep). 영어로 '쓸다', '휩쓸고 가다' 등의 의미이다. 야구에서는 특정 팀과의 연전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스윕'이라고 표현한다. 스윕에 성공한 팀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오른다. 반면, 스윕을 당한 팀은 그 반대다. 3경기 중 1경기에 에이스가 등판하기라도 했다면 그 충격은 몇 배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게 되고 다음 3연전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된다. 때문에 연패 수가 더욱 늘어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 통산 두 번째로 4개구장에서 스윕이 일어났다.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팀은 두산, KIA, 삼성, 한화. 새로운 주중 3연전을 두고 4팀의 분위기는 확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중요한건 연패를 기록하는 팀들이 늘어날수록 열기가 최고조에 오른 프로야구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승-연패하는 팀이 갈라져 상위권-하위권의 양강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중 3연전에서 재밌는 일이 발생했다. 스윕의 충격을 당했던 두산, KIA가 SK, 한화를 만나 스윕으로 되갚아 버린 것이다. 양팀의 전력이 비슷하다고 했을 때 특정 한 팀이 스윕을 할 산술적 확률은 12.5%다. 해당 팀이 한 경기를 이길 확률이 50%라고 보면 3게임을 모두 이길 확률은 12.5%가 된다. 희박한 확률이다. 여기에 가라앉았던 두산과 KIA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양팀이 스윕에 성공할 확률은 이보다 더 낮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두산은 인천에서 SK에 3연승을 거뒀다. SK가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을 스윕해 기세가 오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반면 지난 주말 한화에 스윕을 했던 SK는 역으로 당했다. 양팀이 이렇게 극단적인 성적표를 맞바꿀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두산 선수단은 위기를 기회로 여겼다. 특히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두목곰' 김동주가 맹타를 터뜨리자 타선의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다. 김진욱 감독은 "김동주의 달라진 집중력이 돋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주가 살아나자 앞뒤의 김현수, 최준석도 부담 없이 타격했다. 중심타선이 살아나자 팀 전체가 활력을 되찾았다.
반면, SK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돼 있었다.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했지만 냉정히 SK가 잘했다기 보다는 한화가 부족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특히 타선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이만수 감독은 두산에 2연패 후 23일 경기를 앞두고 주장이자 주축 타자인 박정권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극약 처방을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초반 점수차가 벌어지자 선수들은 경기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KIA는 분위기가 좋지 않던 한화를 만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2차전이 분수령이었다. KIA는 에이스 윤석민, 한화는 박찬호가 나섰다. 경기 후반까지 팽팽한 투수전, 자존심 싸움이 펼쳐졌다. 결국 마지막 힘싸움에서 KIA가 한화를 넘겼다. 분위기상 3차전은 KIA에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KIA는 마침 이날 퇴출 기로에서 생존 통보를 받은 외국인 투수 앤서니의 호투에 힘입어 12대3으로 완승을 거뒀다.
스윕은 아니었지만 지난 주말 넥센에 모두 패했던 삼성도 KIA를 스윕하고 온 롯데를 상대로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2차전 다잡은 경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삼성도 스윕의 가능성이 있었다.
결론을 내보자. 스윕을 당했던 팀들이 역스윕에 성공하며 시즌 초반 프로야구 순위가 요동을 치게 됐다. 이때문에 한화를 제외하고는 1위부터 7위까지의 팀들이 근소한 차이로 맞물리게 됐다. 1위 넥센과 7위 KIA의 승차는 4.5게임 밖에 나지 않는다.
각 팀들의 전력을 생각해볼 때 이렇게 시즌이 치러진다면 당분간 독주를 할 팀은 보이지 않는다. 프로야구 순위표는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다. 혼돈이 깊어질수록, 팬들은 신날 수 밖에 없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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