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진부하고 틀에 박힌 표현이나 장면을 클리셰라 한다.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고, 함께 스파게티를 먹다 면 하나를 나눠 문 채 남녀 주인공이 눈이 맞는 따위의 장면이 모두 클리셰다. 클리셰를 적당히 쓰면 효과적이다. 스토리를 쉽게 풀어나가고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지나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뻔한 장면이 반복되면 드라마는 자연스레 긴장감을 잃는다.
지난 30일 첫 전파를 탄 MBC 새 수목극 '아이두 아이두'가 그랬다. '아이두 아이두'의 1회에선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용될 수 있는 클리셰가 총동원됐다. 황지안(김선아)과 박태강(이장우)이 술에 취해 기억나지도 않는 하룻밤을 보내고, 슬픈 감정이 고조되는 신에서 갑자기 비가 오고, 두 사람이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은 모두 예전 어디에선가 본 듯한 장면이었다. 황지안과 조은성(박건형)이 선을 보는 장면도 마찬가지. 부모에게 등떠밀려 나온 선 자리에서 서로에게 퇴짜를 맞으려 노력하고 뒤늦게 "사실 나도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일부러 그런 거예요, 하하하"하는 장면은 지겹도록 반복돼온 클리셰다.
'아이두 아이두'의 첫회는 어떻게든 남녀 주인공을 엮어 보려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신선함과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다. 거기다 두 사람을 엮는 과정마저 매끄럽지 못했다.
두 사람이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이란 공통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두 사람이 갑작스레 가까워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버지와의 갈등 후 눈물을 흘리던 황지안이 "아버지가 호적에서 내 이름을 파내려 했다"는 박태강의 말에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도 어색하다.
또 황지안이 이렇게 쉽게 동질감을 느끼기엔 박태강이 너무 어리다. 극 중 황지안은 30대 중후반, 박태강은 20대 중후반으로 설정돼 있다. 사실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차 많은 연상연하의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충분히 다뤄질 수 있는 소재다.
문제는 "엄마 젖 더 먹고 오라"는 황지안의 대사처럼 그녀가 박태강을 너무 어린애 보듯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비를 맞지 않게 해주기 위해 파라솔을 들고 온 박태강을 감동받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나마 '아이두 아이두'의 첫회가 그럭저럭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로코퀸' 김선아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 '시티홀' 등의 드라마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이번에도 그런 김선아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술에 취한 채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장면에선 '왜 김선아인가'를 느끼게 해줬다.
이제 첫회가 전파를 탔을 뿐이다.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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