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번 타자 이승엽(36)이 시즌 11호 홈런을 치면서 선두 넥센 강정호(14개)와의 격차를 3개로 좁혔다. 5일까지 홈런 레이스 2위는 SK 최 정(13개), 3위는 넥센 박병호(12개)다.
한창 달아올랐던 강정호의 홈런포가 최근 8경기에서 침묵했다. 그 사이 이승엽이 홈런 3방을 치면서 멀어보였던 격차를 확 좁혔다.
5월말까지만 해도 홈런왕 타이틀 경쟁에서 이승엽은 빗겨가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제 이승엽은 홈런 레이스에서 경쟁력있는 후보로 떠올랐다. 강정호가 도망가지 않으면 이승엽이 조만간 추월할 수도 있을 정도다.
이승엽은 홈런에 쫓기지 않는다
그는 "마음과 몸이 따로 논다. 홈런왕은 거리가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홈런 타이틀은 욕심이라고 본다. 그냥 마음 편하게 부담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엽이 밝힌 올해 목표는 타율 3할, 100타점, 홈런 20~30개다.
이승엽의 말 처럼 요즘 그의 타구중 외야 펜스 근처에서 잡히는 게 종종 있다. 2003년 아시아의 홈런 기록 56개를 칠 때 같았으면 담장을 넘겼을 타구가 외야수 뜬공에 그치곤 한다. 이런 타구 때문에 예전 만큼 홈런을 많이 치기 힘들다고 본다.
결국 이승엽은 아무리 잘 해도 홈런 40개 이상은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따져봐도 지금 페이스라면 홈런 30개 남짓 가능하다.
경쟁자들이 약하다
지난달 강정호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이승엽 선배가 홈런왕을 할 것 같다"고 했다. 파워가 예전 같지 않은 이승엽은 과거 처럼 많은 홈런을 칠 수 없다. 그런데 이승엽의 홈런왕 타이틀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건 경쟁 후보들도 생각 처럼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사이 일본 오릭스로 떠난 이대호(44개, 2010년)만 홈런 40개 이상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그 외 심정수(31개, 2007년) 김태균(31개, 2008년) 김상현(36개, 2009년) 최형우(30개, 2011년)는 30개 남짓으로 타이틀을 가져갔다.
강정호의 역대 개인 최다 홈런은 23개(2009년)다. 최 정은 20개(2010년, 2011년), 박병호는 13개(2011년)다. 현재 이승엽 보다 앞서 있는 3명은 홈런 30개 이상을 쳐본 적이 없다. 이번 시즌 새로운 고지에 오르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이미 강정호는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수비 위치가 유격수라 체력적인 부담도 있다. 최 정은 초반 빠른 홈런 페이스와 기대이하의 타율(0.266)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박병호의 타격감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자칫 슬럼프에 빠질 경우 벗어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승엽은 파워는 떨어졌지만 경험을 얻었다
이승엽은 상대적으로 3명의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미 국내 무대에서 2003년까지 총 5번 홈런왕을 차지했다. 일본에서 만 8년을 보내고 고향팀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파워를 잃었지만 노림수는 더 날카로워졌다.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국내 투수들의 볼배합을 간파하고 기다렸다가 타격한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투수들이 나를 집중견제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일본과는 볼배합이 다르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면도날 같은 제구력으로 끊임없이 타자들을 유혹하는 일본 투수들 때문에 지난 8년 고전했다.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포크볼 등)에 수도 없이 당했다. 하지만 국내 투수들은 이승엽을 피하지 않고 승부를 걸어오는 편이다. 이승엽 입장에선 일본 보다 국내에서 홈런 같은 큰 타구를 날리기가 쉬울 수밖에 없다.
또 그는 정신적으로 강하게 무장돼 있다. 지난 2일 2005년 지바 롯데 시절 이후 7년 만에 삭발 수준의 헤어스타일을 했다. 이승엽은 "삼진 6개 먹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머리를 밀었다"고 했다. 그는 5월 31일 한화전에서 삼진 3개, 6월 1일 두산전에서 삼진 3개를 당했다.
이승엽의 홈런포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는 "내 페이스는 그대로인데 투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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