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후배들이 팀내 최고참을 마음껏 '때릴'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경우 밖에 없다.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다. 끝내기 안타를 친 영웅에게 축하와 기쁨의 구타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인돼 왔으며, 아름다운 장면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두산 김동주가 모처럼 후배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6일 잠실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김동주는 1-1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무사 1,2루서 우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2루주자 정수빈을 불러들였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146㎞짜리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통타해 전진 수비를 하고 있던 상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는 큼지막한 안타를 날렸다. 개인 12호, 시즌 7호 및 통산 811호 끝내기 안타.
김동주가 1루를 돌아 안타임을 확인하고 방향을 틀어 덕아웃을 향하려던 순간, 두산 선수들은 1루 덕아웃을 박차고 나가 김동주를 상대로 열띤 끝내기 안타 세리머니를 펼치기 시작했다. 김동주를 두 세겹으로 둘러싼 선수들은 손과 발을 가리지 않고 김동주의 등과 헬멧을 마구 구타했다.
김동주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것은 올시즌 처음이다. 사실 올시즌 들어 김동주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전날까지 타율 2할7푼8리에 1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스스로도 두산의 4번 타자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필요할 때 한 방 터뜨리는 특유의 집중력을 이날 SK를 상대로 마음껏 펼쳐 보였다. 5차례 타석에 들어서 4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을 올리며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김동주의 올시즌 결승타는 5번째.
김진욱 감독은 경기후 "고참 선수로서 김동주의 책임감 있는 타격이 승리를 불렀다"며 기뻐했고, 김동주는 "SK전이라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고 강했다. 오랜만에 끝내기를 쳐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나를 비롯해 타자들이 찬스 때마다 집중을 못한게 아쉬웠는데, 오늘 이 안타를 계기로 더욱 강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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