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같은 포수끼리는 통하는가 보다.
지난 5일 목동 넥센-LG전. 0-0으로 팽팽하던 5회 넥센이 결정적 득점 찬스를 맞았다. 2사였지만 1,3루 찬스. 타석에 들어선 서건창의 타구가 홈플레이트 앞을 맞고 크게 튀어 올랐다.
3루주자는 본능적으로 홈으로 쇄도했다. LG 투수 주키치는 타구를 손으로 잡는 대신 오른손에 낀 글러브에 넣고 살짝 들어 올렸다. 글러브 토스. 공은 정확히 포수 심광호에게 전달됐고 3루주자는 홈에서 태그아웃됐다.
홈에서 태그아웃된 3루주자는 한동안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오른손을 홈플레이트에 올린 채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상대 포수 심광호와 충돌하면서 턱과 명치 부분을 연속적으로 강하게 부딪힌 탓에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엎드려 있다 일어난 넥센의 3루 주자는 바로 포수 최경철이었다.
최경철은 다음 타석에서 한동안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기도 했다.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한 뒤 타석에서 벗어나 한참을 있었다. 바로 투수의 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충격이 시야에도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6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최경철은 "괜찮다"며 웃었다. 전날 홈플레이트에서 손을 떼지 못한 상황에 대해선 "아픈 것도 있었지만, 너무나 아쉬워서 손을 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경철은 "광호형 블로킹을 피하면 세이프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아쉬워했지만, 이내 "나라도 광호형처럼 블로킹 했을 것"이라고 했다. 씩씩하게 뛰어나간 최경철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최경철의 타격훈련이 한창일 때, LG 선수단이 목동구장에 도착했다. 이때 한 선수가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바로 전날 최경철과 충돌했던 심광호였다. 심광호는 곧바로 배팅케이지로 가 "괜찮냐"며 몸상태를 물었다. 둘은 밝은 표정으로 한참을 대화했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해졌다. 심광호는 "우리 둘 다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동병상련의 처지"라며 "이제 조금씩 야구를 하고 있는데 아파서 되겠냐고 했다. 아프지 말고 오래 하자는 얘길 나눴다"며 웃었다.
같은 포수 포지션, 그리고 이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는 데서 둘은 통하는 게 있었다. 데뷔 17년차인 심광호는 올시즌 처음으로 1군 붙박이 포수로 자리잡았고, 최경철은 시즌 중 트레이드돼 많은 출전기회를 얻고 있다. 동병상련을 느끼는 둘은 그렇게 서로를 격려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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