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권총'을 쏴대도 대포를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을 잠시 열흘 전으로 돌려보자. 5월 28일의 프로야구 순위표에서 KIA는 18승18패2무로 정확히 승률 5할을 찍으며 두산 LG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5월 하순 한창 상승세를 타던 시기다. 5월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KIA는 10경기를 치러 무려 7번 이겼다. 승률은 무려 7할. 이 기간 만큼은 8개 구단 중 최강의 포스를 뿜어냈다.
그러던 KIA가 6월 들어 또 다시 침체에 빠졌다. 5월 하순에 보여줬던 강력한 상승세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승률 4할 수성을 슬슬 걱정해야할 시점에까지 밀렸다. 6월에 치른 5경기에서 KIA는 고작 1승4패를 거뒀을 뿐이다. 최하위 한화(3승1패1무)보다도 초라한 성적이다.
빈약한 득점력, 1실점을 해도 졌다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빈약한 타선에 있다. 지난 1~2일 인천 SK전에서 2경기 연속 영봉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5경기에서 총 16득점을 기록하며 경기당 3.2점을 올렸다. 그런데 지난 3일 인천 SK전에서 한 경기에 무려 11점이나 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 경기를 뺀 4경기에서는 고작 5득점. 경기당 2점도 채 뽑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팀의 마운드가 딱 1실점만 했는데도 졌다. 특히 외국인 투수 소사는 2일 경기에서 8이닝을 완투하며 1점 밖에 내주지 않는 호투를 펼쳤음에도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결국 이 기간의 KIA는 '1점만 내줘도 지는 팀'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
권총부대로 전락한 타선
이렇게 경기당 득점력이 크게 떨어진 데에는 중심타선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범호와 최희섭 등 한 방을 갖춘 타자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범호는 지난해 다쳤던 우측 햄스트링 근육파열이 완치됐지만, 그 여파는 남아있었다. 이로 인해 오른쪽 종아리 근육에 과부하가 걸리며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선발 출전을 자제하면서 몸상태를 수습 중인데, 여전히 정확성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타구에 폭발력을 심지는 못하고 있다.
최희섭 역시 피로가 누적되면서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겼다. 사실상 이범호가 돌아오기 전까지 홀로 팀 타선의 핵심역할을 책임졌던 최희섭이다. 최희섭마저 없었다면 KIA는 진작에 최하위로 곤두박질 쳤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갖고, 홀로 중심타선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최희섭에게도 한계점이라는 게 있다. 무엇보다 올해 초 해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다보니 체력훈련량이 적었다. 비축해놓은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다보니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 2일에는 왼쪽 어깨에 가벼운 통증까지 생겼다. 이 역시 체력저하에 따른 후유증으로 분석된다. 배트를 이끌고 나가는 역할을 하는 왼쪽 어깨가 아프다보니 최희섭 역시 타구에 힘을 싣기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실정은 팀의 기록면에서 잘 드러난다. KIA는 6월 들어 유일하게 홈런이 없는 팀이다. 게다가 장타율은 2할6푼밖에 안된다. 타선에서 대포가 사라진 결과다. 이런 상황, 즉 '권총'만 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KIA의 부진은 훨씬 길어질 수도 있다. 거포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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