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경기운영능력이다.
선발은 언제나 위기와 맞딱뜨린다는 점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며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두산 에이스 니퍼트는 7일 잠실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안타를 무려 11개나 허용했다. 지난해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자신의 한국 무대 한 경기 최다 피안타를 기록했다. 종전 니퍼트의 한 경기 최다 피안타 기록은 지난해 8월3일 잠실 KIA전의 10개였다. 그러나 이날 니퍼트가 SK 내준 점수는 단 2점이었다. 올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1회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안타 3개로 한 점을 내줬고, 4회에는 정상호에게 커브를 던지다 한복판으로 몰리면서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물론 전반적으로 제구력이 썩 좋지는 못했다.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공이 많았고, 특히 변화구 제구력이 불안했다.
하지만 니퍼트가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더욱 힘있게 공을 던지고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특히 단 한 개의 4사구도 내주지 않으면서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8이닝 동안 117개의 공을 던져 이닝당 평균 14.6개를 기록했다. 피안타가 11개지만, 4사구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출루 허용이 그리 많았다고 볼 수는 없다.
직구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1회 이호준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전적시타를 맞은 니퍼트는 계속된 2사 1,2루서 김강민을 147㎞짜리 직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김강민이 배트를 내밀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정도로 공끝의 움직임과 로케이션이 좋았다.
5회에는 수비의 도움도 받았다. 니퍼트는 임 훈과 최 정에게 각각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에 몰렸으나, 이어진 이호준의 우전안타 때 우익수 이성열이 홈까지 무리하게 파고들던 2루주자 임 훈을 홈에서 잡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니퍼트는 2사 1,2루서 박정권을 134㎞짜리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불을 껐다.
니퍼트는 7회까지 104개의 공을 던져 교체가 예상됐으나, 김진욱 감독은 8회에도 니퍼트에게 이닝을 맡겼다. 투구수 100개를 넘겼지만, 여전히 힘있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니퍼트는 팀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두산이 불펜투수를 최대한 아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SK전은 주말 LG와의 3연전을 앞두고 의미가 컸던 경기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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