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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임대 마친 수원 FW 이상호 "내 자리 되찾겠다"

by 박상경 기자
◇수원 공격수 이상호. 가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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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탔다. 콧수염도 제법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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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선수단이 K-리그 1위 수성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경기도 가평. 낮익은 얼굴 하나가 선수들 틈에 끼어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리그 알 샤르자로 임대됐던 공격수 이상호(25)다. 이상호는 UAE리그가 종료되면서 임대 계약도 마무리 되어 5월 29일 수원으로 복귀했다. 4개월 간의 짧은 중동 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시즌을 다 치른 것 같았던 폭풍같던 시간이었다.

4개월 임대생활, 감독만 세 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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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축구계는 악명높은 '성적 지상주의'로 유명하다.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지만, 지도자나 선수들이 마음에 드는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가차없이 자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상호도 이런 분위기를 톡톡히 경험했다. "팀에 합류한지 3일 만에 저를 불러준 감독님이 잘렸어요." 이상호의 임대를 결정한 조르반 비에이라 감독은 선임 두 달만에 경질됐다. 비에이라 감독은 2007년 아시안컵에서 이라크를 우승까지 이끌며 중동에서 유명세를 떨친 감독이다. 그러나 리그 1승, 컵대회 2승으로는 자리를 지키기가 힘들었다. 시련은 계속됐다. 비에이라 감독의 뒤를 이어 선임된 루마니아 출신의 발레리우 티타 감독이 다시 경질됐고, 압둘마지르 알 니므르 감독 체제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이상호는 "4개월 동안 세 명의 감독을 만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 샤르자는 2011~2012시즌 UAE리그 22경기에서 단 2승(5무15패)에 그쳐 12개 팀 중 최하위로 2부리그에 강등됐다. 지난해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우즈베키스탄 대표 티무르 카파제와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두 명이 있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수비적인 전술도 한 몫을 했다. 이상호는 "팀 전력이 약하다보니 경기 중 공격을 거의 못 했다. 90분 내내 수비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외국이다보니 의사소통이 힘들고, 음식도 먹고 싶은 것 못 먹어 좀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동료들이 잘 챙겨줘 적응은 생각보다 쉽게 했다. 팀 복귀 한 달 전부터는 한국 생각이 많이 나기는 했다. 귀국하니 너무 좋다"고 웃었다. 이상호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팀 성적도 좋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고 4개월 간의 임대 생활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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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경기? 다 챙겨봤죠

쉴 틈이 없었다.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가평 전지훈련에 나섰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훈련이 진행되지만, 기분은 훨씬 좋단다. "UAE에 있다가 수원에 돌아와보니 동료들이 너무 잘 한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또 UAE보다 한국이 훨씬 시원하고 심지어 춥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윤성효 감독도 별 말이 없었단다. 이상호는 "말씀을 많이 안하시는 분이다. '잘 하고 왔냐'고 한 마디 해주셨으니 괜찮다"고 빙긋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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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가 팀을 떠난 사이, 수원은 측면 공격수 자리에 서정진을 새 식구로 맞이했다. 중앙 공격수 라돈치치도 영입하면서 최상의 전력을 꾸렸다. 리그 선두로 2008년 이후 4년 만에 왕좌 탈환에 도전하고 있다. 이상호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백을 느끼지 못한 채 순항하는 친정이 야속할 만도 하다. 걱정은 물론 기우였다. "수원은 매 시즌 좋은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있다. 경쟁을 통해 팀 뿐만 아니라 개인까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팀이다." 빠른 적응을 위해 현지에서도 경기를 챙겨봤단다. 이상호는 "K-리그가 현지시간으로 오전 9~10시에 시작해 시계를 맞춰놓고 일어나 인터넷으로 매 경기를 봤다. 수원 경기를 대부분 챙겨봤다"고 했다. 그는 "때마침 휴식기에 팀에 합류해 다행이다.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다 보면 적응은 금새 끝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잊혀진 선수? 실력으로 평가받겠다

이상호는 프로 데뷔시절만 해도 '제2의 박주영'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의 수재였다. 빠른 스피드와 이를 활용한 공간 침투 및 골 결정력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슈팅이 없는 선수라는 비난도 공존한다. 평가를 순순히 인정했다. "가장 고치고 싶은 부분이 슈팅이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슈팅 타이밍만 되면 스텝이 엉키는 경우가 많았다. 더 좋은 자리에서 슈팅으로 가자는 욕심도 있었다. 물론 그것도 실력이기는 하다." 이상호는 "임대 기간 중 찬스가 오면 과감히 때린다는 생각으로 많이 연습을 했다. 출전 기회가 오면 과감히 슈팅을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의욕이 대단하다. 잠시 내줬던 주전 자리를 다시 찾겠다는 생각이다. 이상호는 "외국까지 나갔다가 한국에 다시 들어온 만큼 나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외국 갔다오더니 죽었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 기간 중 내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 뇌리에서 잊혀졌을 수도 있다. 주어지는 기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UAE 임대 시절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팬'이다. "텅 빈 관중석을 보며 경기를 뛸 때마다 수원 서포터스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응원해주신다면 공격포인트로 보답하겠다. 복귀전에서 승리하면 (관중석에) 큰 절 한 번 올리겠다."


가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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