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준아 어떻게 이런 일이…."
프로농구 삼성의 이성훈 단장(53)은 끝내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사흘 밤을 가슴 졸이며 먼저 하늘로 떠난 친구에게 올렸던 기도가 허망하게 날아가버렸다.
이 단장은 10일 오전 페루에서 날아든 외신보도를 통해 비보를 들었다. 지난 6일(현지시각) 페루 산악지대에서 한국인 8명을 태운 채 실종됐던 헬리콥터가 발견됐지만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단장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 이는 한국인 탑승객 8명에 포함된 김효준 삼성물산 부장(48)이다. 삼성물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 영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김 부장은 이번에 수력발전소 건설사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장갔다가 이같은 사고를 당했다.
김 부장은 지난 1999년 12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현준 삼성 코치의 하나 뿐인 동생이다. 프로농구에서 최형길 KCC 단장과 함께 유이한 선수 출신인 이 단장은 고 김 코치와 둘도 없는 친구였다. 연세대 79학번 동기로 1983년 실업팀 삼성전자(현 서울 삼성)에 함께 입단했다.
이 단장은 1990년 먼저 은퇴한 뒤 농구단 프런트로 변신했고, 김 코치는 1995년 은퇴 이후 지도자로 변신해 계속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1999년 김 코치가 사고를 당할 당시 삼성 구단 사무국장이었던 이 단장은 친구를 가슴에 묻었고, 이후 그의 동생 김 부장을 친동생처럼 아꼈다.
삼성 구단은 고 김현준 코치를 삼성의 레전드로 헌액하고 '김현준 장학금'을 신설해 추모사업을 진행했다. 장학금 전달식 등 추모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단장과 김 부장은 경기장에서 만나 먼저 떠난 이의 넋을 함께 기렸다.
그러던 중 이 단장은 김 부장의 얼굴을 2년째 보지 못했다. '김현준 장학금' 전달을 위해 가족대표로 나섰던 김 부장이 성인으로 성장한 조카(고 김 코치의 자녀)에게 그 역할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그간전화연락은 주고받았지만 김 부장이 출장이 잦은 중책을 맡아 부쩍 바빠진 바람에 '얼굴 한 번 보자'는 인사만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지난해 단장으로 부임한 뒤 2011∼2012시즌 최하위 성적으로 경황이 없었던 이 단장은 이제 간신히 마음의 여유를 회복한 상태다. 그래서 최근에 문득 김 부장을 떠올렸다. 고 김 코치의 15주기도 다가오고 해서 올해 시즌이 시작되면 경기장에 꼭 초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은 동생은 초대장도 받기 전에 형을 따라 가고 말았다. 이 단장은 "처음에 사고 뉴스를 듣고 삼성물산 직원이 포함돼 있다길래 설마했는데 김 부장의 이름이 나오는 걸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면서 "현준이를 데려갔으니 동생만은 꼭 살려달라고 하늘에 기도했지만 내 정성이 부족했던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이 단장은 "어제 현준이의 집사람과 통화했는데 남편을 떠나보냈던 기억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상심이 더욱 컸다"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부친을 여의고 가장 역할을 한 김 부장은 어릴 때부터 차분하고 듬직한 친구였다"는 이 단장은 형제의 기구한 운명 앞에 목이 멘 듯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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