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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이탈리아가 보여준 '이렇게 하면 스페인 이긴다'

by 박찬준 기자
사진캡처=UEFA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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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08 이후 세계축구의 화두는 단연 스페인식 기술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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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축구를 상징하는 스페인 대표팀과 바르셀로나는 각각 유로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정상에 우뚝섰다. 이들은 높은 볼점유율을 바탕으로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특유의 기술축구로 탈압박시대를 열었다.

절대강자가 등장하며 이들을 막기 위한 전술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이 대세였다. 스페인과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은 9~10명의 선수들이 수비 진영을 진을 쳤다.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아예 세명의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트리보테'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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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스페인 축구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이탈리아는 11일(한국시각) 폴란드 아레나 그단스크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유로2012 C조 1차전에서 변형된 형태의 파이브백으로 1대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적으로도 스페인을 상대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예고한대로 3-5-2 전술을 꺼내들었다.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를 리베로로, 공격적인 성향의 엠마누엘레 지아케리니-크리스티앙 마지오를 좌우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파이브백을 무력화하기 아예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가짜 9번'으로 활용하는 제로톱 전술을 꺼내들었지만, 프란델리 감독의 지략에 고전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막판 체력 저하로 인해 흔들렸지만, 스페인을 상대로 정상적인 축구로 대등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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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스페인 대응책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었다. 일단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촘촘히 한 뒤 압박보다는 스페인 선수를 가둬두는 인상이 강했다. 스페인 선수들이 짧은 패스로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탈리아 선수들은 항상 숫적 우위를 보였다. 스페인이 겨우 미드필드를 벗어나면 프란델리 감독의 지략이 돋보인 수비진을 만났다. 데 로시-지오르지오 키엘리니-레오나르도 보누치로 이루어진 스리백은 전형적인 형태와는 다른 유형이었다. 일반적으로 스리백은 스위퍼형 센터백 1명에 스토퍼형 센터백 2명이 포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프란델리 감독은 모두 스위퍼형 선수를 기용했다. 예측이 뛰어난 스위퍼형 센터백으로 하여금 2대1 패스로 문전에 침투하는 스페인식 축구에 대응하기 위한 프란델리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좌우의 지아케리니와 마지오도 수세시에는 중앙쪽으로 좁히며 스페인이 2대1 패스를 정확히 할 수 없도록 페널티박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전반 보여준 이탈리아의 경기력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데 로시가 이끄는 수비진이 안정을 찾으니 다른 포지션도 살아났다. 예선전부터 패싱축구로 호평을 받은 안드레아 피를로-티아고 모타-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라인은 탁월한 키핑력과 정확한 패스워크로 스페인 미드필드를 상대했다. 좋았던 분위기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선제골도 이탈리아의 몫이었다. 후반 15분 마리오 발로텔리를 대신해 들어간 안토니오 디 나탈레가 피를로의 패스를 받아 첫 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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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페인은 역시 스페인이었다. 3분 뒤 다비드 실바의 기가막힌 패스를 받은 파브레가스가 동점골을 넣었다. 전형적인 스페인식 골장면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이탈리아가 조금의 공간을 내주자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완벽한 스페인의 페이스였다. 체력이 떨어진 이탈리아를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특히 교체투입된 페르난도 토레스가 두차례 찬스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흔들리는 듯 했던 이탈리아는 새로운 전술 변화로 스페인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다크호스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스페인 역시 고전하기는 했지만 특유의 경기력을 과시하며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재확인시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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