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기적인 남자다. 잘나도 너무 잘났다. 훈훈한 외모, 음악성, 연기력, 예능감, 거기에 총명한 두뇌까지 갖췄다. 목에 힘 좀 들어갈 법하건만 성격은 인간미 그 자체. 그래서 질투조차 할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얼굴, 바로 이승기다. 남북문제에 대해 묵직한 주제의식을 던진 MBC '더킹 투하츠', 가벼움 속에 진지함을 숨긴 국왕 이재하 캐릭터를 연기한 후 그에겐 '원톱배우가 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왜 다들 '이승기, 이승기' 하는지 그는 또 한번 증명해 보였다.
시청률의 황제? 과욕 부리면 안 돼
완벽한 이승기에게서 어렵게 오점 하나를 찾아냈다. 시청률의 황제란 타이틀을 무색하게 한 10% 초반대 시청률 말이다. 그런데 이승기는 도리어 활짝 웃는다. "저는 '더킹 투하츠'로 두 가지 소원을 풀었어요.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고 이재규 감독님의 독특한 감성과 비범한 캐릭터들을 흠모했거든요. 연기지도도 잘하신다기에 꼭 한번 그분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죠. 그리고 하지원 선배도 지난 해 저축상 시상식에서 처음 뵀을 때 대뜸 '작품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좋아했고요. 그런데 이번에 두 분을 동시에 만났잖아요. 완전 로또예요, 로또. 그런데 시청률까지 바라면 그건 사기죠." 시청률을 걱정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스스로 책임감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연기 방식과 현장 노하우, 선후배들과의 우정 등 얻은 게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이순재의 가족들과 점심 식사도 같이 했다. 손자 손녀가 이승기의 팬이란다. 극 중에서 이승기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윤제문과 날카롭게 부딪히는 장면에선 멜로를 찍는 것 같은 설렘도 느꼈다며 얼굴에 홍조까지 띤다. 이승기가 '진짜 배우'로 성장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인 셈이다.
아름다운 청년에서 믿음직한 남자로
'더킹'의 이재하가 처음엔 안하무인 철부지로 보였다. 깐족대는 모습이 얄미워서 알밤을 콕 쥐어박고 싶을 만큼. 이승기도 초반 대본을 본 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철없는 캐릭터와 비슷해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때 홍진아 작가의 답변은 "걱정 말고 네 스타일대로 연기해라"였다. "그래서 진짜 제 마음대로 했어요. 아주 깐족거림의 끝을 보여드렸죠.(웃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본모습이 나오고 변해가니까요. 이재하는 사실 철저한 계산과 냉철한 판단력에 따라 움직이거든요. 다시 없을 독특한 캐릭터죠." 극 중에서 김항아(하지원)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거는 로맨틱하고 믿음직스러운 면모도 돋보였다. '우리 승기가 남자가 됐어요'를 외치며 수많은 여심이 휘청인 건 당연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국왕이니까 한 여자쯤은 무리 없이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을 준 게 아닐까요. 그리고 재하는 늘 항아만 생각하니까, 적어도 저에게는 멜로가 중심이었어요. 그래서 애드리브도 많이 넣었죠. 엔딩신의 '사랑해'라는 대사나, 도넛을 두 손으로 감싸서 하트 모양을 만들어 김항아에게 건네던 장면 같은 것들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장면에서 PPL에 대한 비판이 폭발하더라고요. 괜한 사람이 욕 먹게 돼서 정말 죄송해요."
군입대 시기 정했지만, 두려움 없다
이승기는 드라마를 마치자마자 지난 1일 일본 도쿄의 부도칸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의 솔로 가수가 부도칸에 입성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준비도 많이 못했는데 성황리에 잘 마쳐서 스스로도 "실전에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이번엔 리허설도 없는 또 하나의 '실전'을 앞두고 있다. 부도칸 1만 관객보다 훨씬 많은 전 세계 70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선다. 다행히 이수근과 축구를 즐겨한 덕분에 달리기는 자신있는 편. 그런데도 "허당기가 튀어나올까봐 걱정"이라며 엄살이다. "혹시 달리다가 성화를 떨어뜨리거나 신발이 벗겨지는 건 아닐까 상상만 해도 아찔해요. 500m를 뛰는데 마치 50km도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하니까 흐트러지면 안 돼죠. 그런 의미에서 500m는 아주 적당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뛰면 지쳐요.(웃음)" 뭐든 실전에 강한 이승기라지만 '군대'도 과연 그럴까? 2년간의 공백이 두렵진 않을까? "'1박2일'도 그렇고 군대 못지않은 체험을 많이 해봐서 생소하진 않을 거 같아요. 군복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요. 한번 가면 못 돌아오는 곳이 아니라, 더 남자답게 멋있어질 수 있는 곳 같아요. 음…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마음으로는 군입대 시기를 결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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