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사랑받는 존재이지만 캐릭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뭔가 할 말이 많을 거라 예상했다. 결말을 놓고 뒤숭숭했던 SBS 월화극 '패션왕'의 남자주인공으로서, '작가가 유아인 안티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비호감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유아인이 어쩌면 분풀이를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뜻밖에도 "캐릭터가 매우 좋았다. (강영걸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마냥 신나서 연기했어요. 대중들의 선입견을 깨고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까'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쿡쿡 찌를까'를 고민하면서 연기했어요.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를 통해 사랑받았으니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고 싶었어요. 나도 어떤 게 더 멋있고 사랑받을 지 알죠. 하지만 야비하고 치졸하지만 때로는 귀엽기도 한 강영걸을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다만 캐릭터 소개가 조금은 불친절했기 때문에 이해보다 질타가 많았던 것 같아요. 아쉬운 건 캐릭터가 아니라 내러티브였죠. 이야기 전개와 구성에 있어 개연성과 치밀함이 부족했다고 봐요."
유아인은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해선 평소 성격 그대로,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가감없이 전했다. "젊은 20대 남자배우가 이 모든 것들(드라마 제작 환경)을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성균관 스캔들' 이후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순발력을 발휘하는, 나름의 재미도 찾았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러나 이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우려를 가슴에 새겼어요."
유아인은 평소 SNS와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담은 개성 있는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SNS 활동에 대해 "배우로서 관심 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한 인간으로서 내가 가진 성향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팬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는 내 생각을 남들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다"며 "트위터는 공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본다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사적인 공간에서 한 말을 두고 비난하냐'며 자기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비겁한 행동 같다. 나라면 잘못된 말에 대해 '실수 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라고 쿨하게 인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 봐도 유아인은 평소 생각이 깊은 배우라는 걸 느낄 수 있다. "20살 때부터 글을 써왔어요. 과거에도 미니홈피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꾸준히 팬들과 소통했죠. 영화를 공부할 때는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간혹 출판사에서 그동안 제가 쓴 글을 모아 책을 펴내자는 제안을 해오는데 연예인의 이름을 빌려 여행이나 교육 서적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온전한 제 글을 써보고 싶어요. 배우 유아인이 아닌 엄홍식이라는 제 이름으로 꼭 작업해 보고 싶어요."
유아인은 "'저 애는 뭐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남들과 똑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어쩌면 유치한 생각으로 지금껏 온 거 같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내 모습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비주류가 주류가 될 때도 있더라구요. '패션왕'을 끝낸 지금 벌려놓은 일을 수습할까 아니면 확장할까 고민이 되네요(웃음). 한마디로 이미지를 바꿔야 하나 혹은 경쟁 사회에 속해있지 않은 것처럼 아웃사이더가 될까를 놓고 생각 중이라는 뜻이에요(하하)."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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