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은 돌아온 거포 이승엽에 대해 홈런 부담을 주면 안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승엽이 적지 않은 나이(36세)에 한국으로 돌아와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류 감독의 이같은 방침은 13일 한화전을 앞두고도 변함이 없었다. 이날 박석민이 손가락 부상을 무릅쓰고 출전의지를 피력한 사실을 언급하며 "박석민 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 누구든 조금만 힘들어 하면 선발에서 빼준다. 선수들이 부담없이 뛰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언급한 대로 가장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선수가 바로 이승엽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본능적인 '거포본능'을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날 한화전을 앞두고 "장타가 좀 나와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6일 KIA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친 이후 12일 한화전까지 5경기서 3할6푼8리(19타수 7안타)의 괜찮은 타율을 유지했지만 장타는 1개도 없었다.
지난 5일 KIA전을 앞두고 7년 만에 삭발하고 등장한 뒤 "이전 2경기에서 삼진을 6개나 먹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그랬다"고 말하더니 연속 홈런을 만들어 낸 이승엽이다.
이처럼 특유의 승부근성이 강한 이승엽도 장타 맛을 보지 못한 지 1주일째 되니까 슬슬 몸이 근질근질했던 모양이다.
홈런 욕심에 마음을 비웠다던 그가 경기 전에 언급한 '장타'는 이날 홈런의 예언이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시작과 끝은 바로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이었다.
선발 탈보트가 1회부터 살짝 흔들리며 0-1로 리드를 빼앗긴 채 진행되던 3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동점타로 워밍업을 마쳤다. 이승엽이 열어준 포문을 등에 업고 2-1 역전에 성공한 삼성은 5회까지 매이닝 2득점씩 하며 기선제압에 완전히 성공했다.
결국 이승엽은 6-1로 앞서있던 6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포를 추가하며 대미의 주인공 노릇까지 했다. 이날 홈런으로 올시즌 13호를 기록한 이승엽은 SK 최 정과 함께 홈런랭킹 공동 2위로 올라섰고, 통산 500홈런 기록에 4개를 남겨두게 됐다.
"점수 차가 큰 상황이라 마음을 스윙을 크게 해봤다"는 이승엽은 "최근 타격감이 좋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갖다 맞히는 습관이 남아서 그런지 큰 타구가 잘 안나오지 않는다"고 여전히 자신을 채찍질했다.
500홈런 기록에 대해서는 "공식기록이 아닌 만큼 마음 속으로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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