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군대에 안간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 말하려고 나왔다."
우문현답이었다. 마음을 담은 대답은 병풍처럼 장내를 휘감았다.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박주영의 병역 연기 해명 기자회견에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결연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홍 감독은 "팀과 선수를 위한 감독이 되고자 하는게 내 철학이다. 선수가 경기장 안팎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할 자세가 되어 있다. 축구선배와 올림픽팀 감독이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기자회견 내내 자리를 지키면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자신에게 날아드는 질문도 받아냈다.
사제간의 끈끈한 정이 있다. 홍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 당시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에서 한창 시즌을 보내던 중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박주영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 박주영은 구단을 직접 설득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비록 동메달에 그쳤지만, 힘을 합친 두 사제의 항해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메달 획득이 확정되자 박주영은 굵은 눈물을 흘렸고, 홍 감독은 후배를 껴안았다. 박주영이 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 0순위로 꾸준히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홍 감독은 두 팔을 벌려 박주영을 감쌌다. "솔직히 이런 어려운 자리(기자회견)에 박주영을 혼자 내보내는게 안타까웠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현실적인 고민을 풀기 위해서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을 했다. 이미 35명의 런던올림픽 예비명단에 박주영을 포함시켰다. 최종명단 선발유무와 관계없이 논란이 되는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었다. 홍 감독은 "만일 이해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종명단에 발탁을 해 박주영이 나타났다고 치자. 그럴 경우 예상되는 논란은 자명하다. 팀도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런던올림픽에 나서는 '팀'을 위한 결정이었다. 기자회견 동석이 박주영의 와일드카드 확정 아니냐는 시각에 경계심을 드러낸 이유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발탁을) 아직 고민 중이다. 사실 와일드카드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와일드카드보다 중요한 것은 15~16명의 선수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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