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 감독은 삼성과의 경기를 치를 때마다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삼성의 '스토커' 박석민 때문이다. 한 감독과 박석민의 징크스는 야구판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박석민은 지난해부터 한화전이 있을 때마다 한 감독의 손을 잡아야 경기가 잘 풀리는 징크스로 화제에 올랐다.
한 감독의 삼성 수석코치 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박석민은 최고 타자 출신인 한 감독의 손을 잡고 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한화-삼성전이 있을 때마다 한 감독과 박석민의 숨바꼭질이 펼쳐지곤 한다. 손을 잡히지 않으려는 한 감독과 손을 잡고야 말겠다는 박석민의 눈치작전은 단골메뉴가 됐다.
한 감독은 한사코 찾아오지 말라고 부탁을 해도 박석민은 능청스럽게 어김없이 찾아다니는 통에 죽을 노릇이다.
사실 한 감독 입장에서는 '적군'의 병사에게 기를 빼앗겨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더욱 피해다니고 싶다.
문제는 박석민의 스토킹 솜씨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박석민의 손잡기에 당했던 한 감독은 처음에 숨어다니는 것으로 몇 차례 모면했다.
그러자 박석민은 음료수 등 간식을 드리겠다는 것으로 위장한 뒤 찾아와 손을 덥썩 잡고는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마저도 통하지 않자 박석민은 '기습작전'을 들고 나왔다. 한 감독의 시야에 보이는 가운데 팀 훈련을 하는 척 하면서 일단 한 감독을 안심시킨다.
그러다가 한 감독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 받는 등 방심한 틈을 타 덕아웃 뒤쪽 복도로 쏜살같이 침입해 몰래 손을 잡고는 도망을 갔다.
한 감독의 경계심은 그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었고, 이 수법도 서서히 '약발'이 떨어질 때가 됐다. 그러자 기상천외한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다.
13일 삼성전을 앞두고 대구구장을 찾은 한 감독은 여기에 꼼짝없이 당했다. 대구구장은 시설이 협조해 원정팀을 위한 별도 감독실이 없기 때문에 원정 임원실을 사용한다.
한 감독이 임원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깜짝 놀랐다. 박석민이 한 감독이 들어올 것을 알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임원실 말고는 딱히 갈곳이 없다는 대구구장의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
달아날 겨를도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붙잡힌 한 감독은 입고 있던 긴 소매 티셔츠의 소매를 잡아당겨 양손을 덮는 것으로 저항했다.
그래도 박석민은 소매에 가려진 한 감독의 손이라도 잡은 뒤 의기양양 돌아갔다. 결국 12일 한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박석민은 13일 경기서도 2타수 1안타 1득점을 하며 2연승을 만끽했다.
박석민은 "내가 안타를 치든 안치든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한 감독은 "그럼 나는 져도 괜찮다는 말이냐"며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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