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화가 또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을 맛봤다.
14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전에서다. 희망을 걸었던 새 외국인 투수 션 헨이 처참하게 당한 것이다.
한화는 지난 11일 또다른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를 2군으로 내려보낸 뒤 8일 입단한 션 헨을 시험가동해왔다.
지난 3년간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못한 한화로서는 바티스타의 공백을 메워줄 유일한 희망이었다.
처음엔 좋았다. 지난 10일 대전 넥센전에서 8-1로 앞서던 8회초 2사 2루 상황서 입단 후 첫 등판한 헨은 1⅓이닝 동안 무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12일 삼성전에서도 1이닝 동안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군으로 내려가기 전 불지르는데 명수였던 바티스타에 비하면 한결 나아보였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헨에 대한 섣부른 평가를 유보했다. 더 지켜봐야 한다며 그의 보직 결정을 서두르지 않았다.
지난 2차례 경기 모두 헨의 진가를 평가하기엔 부족한 무대였다는 것이다. 10일 넥센전의 경우 이미 승리를 확정한 상태였고, 12일 삼성전 역시 0-9로 뒤진 상황이라 헨에게는 부담이 없었다.
한 감독은 "지난 2경기에서 상대 베스트 타자를 상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붙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제대로 붙어볼 기회가 14일 삼성전이었다. 한화 선발 송창식이 일찍 무너지면서 구원의 특명을 받았다. 1-1 동점, 2회말 1사 1, 3루의 위기상황이었다.
헨은 입단 당시 "주자가 있는 압박감을 즐긴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헨이 보여준 피칭은 즐기기는 즐기는데 어떻게 즐긴다는 것인지 애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첫 상대 김상수와의 대결 도중 폭투로 1점을 더 내준 헨은 김상수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동네북이 됐다.
1사 만루서 최형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간신히 아웃카운트를 잡는 듯했지만 박석민에게 중앙 펜스를 넘기는 125m짜리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완전히 침몰했다.
결국 헨은 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5안타 5실점으로 팀을 벼랑 끝에 세워둔 채 정민혁과 교체됐다. 이날 헨은 직구 최고 시속 147㎞를 찍었지만 제구가 높게 형성되는 등 불안정했고, 변화구의 각도도 밋밋해 삼성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아직 정상적인 경기로는 첫 등판이라 속단은 금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주중 삼성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최하위 한화는 헨에 대한 기대감마저 얻지 못한 채 진퇴양난에 빠진게 됐다. 대구=최만식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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