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중심은 동쪽으로 이동했다.
한때는 중동이 큰소리를 칠 때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과 일본, 북한, 호주가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중동에서는 바레인이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뿐, 본선 티켓을 거머쥔 팀은 나오지 않았다.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을 이루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몰락했다.
시간이 지나 브라질로 가는 길이 열렸다. 초반부터 열기가 뜨겁다.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한국과 일본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반면, 중동의 모래바람이 미미하기만 하다.
리그 경쟁력의 차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올라온 중동팀은 이란과 카타르, 바레인, 요르단, 이라크, 오만, 레바논 등 무려 7개에 달한다. 3라운드까지 마무리 된 결과 이들 중 승리를 얻은 팀은 이란과 카타르 단 두 팀 뿐이다. 동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1승도 없다. 카타르는 한국과의 홈 경기에서 무려 4골을 내주며 참패를 당했다. 반면 한국은 중동팀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면서 조 1위로 일찌감치 치고 올라갔다. 일본도 오만과 요르단을 연파하고 호주와 무승부를 거두면서 B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 두 경기에서 한국은 7골, 일본은 9골(호주전 제외)을 터뜨리는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과시 중이다. 홈 이점 등 여러가지 면이 작용했지만, 팽팽했던 예전과는 달리 김이 빠져 보일 정도로 차이가 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가 확대운영되면서 동아시아팀들이 중동 내성을 기른 것이 주효했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예, 클럽월드컵 출전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 금전적 이익 등이 부각되면서 K-리그, J-리그 모든 팀의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예전에는 중동팀과 만나는 것이 대표팀 경기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매년 중동팀과 맞대결이 벌어진다. 클럽경기에서 상이한 기후와 경기 스타일 등 여러가지 면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고 나오는 만큼, 대표팀에서의 맞대결도 한결 쉬워지는 면이 있다. 이번 최종예선에 오른 팀 중 한국, 일본과 비슷한 경험을 한 팀은 이란 정도를 꼽을 만하다. 그나마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발전 가로막는 중동의 폐쇄성
중동 특유의 폐쇄성도 하향평준화의 직접적인 이유다. 한국과 일본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0년간 꾸준히 선수들을 유럽에 진출시켰다. 초반 한두명에 불과하던 대표팀 내 유럽파는 10년이 지난 현재 대표팀 스쿼드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베스트11을 모두 해외파로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세계 축구 흐름을 주도하는 유럽에서 많은 스타일을 접한 선수들의 역량과 경험은 분명 대표팀에 도움이 된다. 국내파와의 밸런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승부처에서는 이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중동팀들은 이란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국리그 출신 선수들로 스쿼드를 채워넣고 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일부 눈에 띄지만 오일머니를 앞세운 자국에서 주는 높은 연봉에 매몰되어 국내에 눌러 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감독을 앞세우지만, 대표팀 소집은 1년에 수 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 단기간 내에 실력을 끌어올리기 힘들다. 이란도 한때는 한국, 일본과 같은 수준의 유럽파를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최종예선에서는 아쉬칸 데자가(볼프스부르크)와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 알리레자 하지지(루빈 카잔)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포르투갈 출신으로 맨유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좌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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