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안방극장과 스크린까지 점령할 기세다.
과거엔 일부 그룹의 비주얼 라인 몇몇이 시트콤이나 미니시리즈 등에 단역, 혹은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조차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가장 활발하게 아이돌 멤버를 기용해왔던 시트콤이나 뮤지컬은 물론 일일극이나 주말극, 심지어는 정식 배우도 어려워한다는 사극에서도 아이돌 그룹 멤버를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기에 도전했거나, 연기 변신을 계획하고 있는 아이돌의 숫자 역시 어마어마하다.
소녀시대(윤아 유리 티파니 제시카 수영 태연), 2PM(택연 우영 찬성 닉쿤), 티아라(은정 지연 보람 큐리 소연 효민), 비스트(윤두준 이기광), 유키스(동호), 카라(구하라 박규리), 포미닛(남지현), 2AM(조권 슬옹 진운), 원더걸스(소희), 미쓰에이(수지), 에프엑스(크리스탈), 동방신기(유노윤호 최강창민), 씨스타(효린), 에프엑스(유이 주연 가희), 브라운아이드걸스(가인 나르샤), 에이핑크(손나은 정은지), 제국의아이들(임시완 황광희 정희철 박형식), 슈퍼주니어(최시원 은혁 예성 성민), 인피니트(호야 성규 우현)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팀이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연기돌'을 보유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아라 은정(KBS2 '드림하이' 등), 큐리(KBS1 '근초고왕' 등), 보람(MBC '혼' 등). 스포츠조선DB
이처럼 '연기돌'이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인기 반열에 오른 멤버들의 경우엔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연기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그룹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에는 제한이 있다. 일정 수준의 연령대가 되면 더 이상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진로 변경을 생각하게 된다.
한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 멤버를 캐스팅한다면 일정 수준의 시청 층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 유치도 쉬워진다. 또 국내 시청률이 저조하더라도 해외 판권 매출 등의 수익이 있기 때문에 손해는 보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 쪽에서도 인기 아이돌 멤버를 선호하는 것"이라며 "아이돌 멤버들 역시 가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연기 도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 그룹의 연차는 낮아지는 추세다. 갓 데뷔한 신인도 연기 활동을 병행할 뿐 아니라 아예 연습생 시절부터 트레이닝을 받으며 연기자 데뷔를 준비한다. 이런 현상은 왜 생겨난 것일까?
2PM 택연(KBS2 '드림하이' 등)과 찬성(MBC '거침없이 하이킥'). 스포츠조선DB
관계자들은 "연기를 하지 않고는 인지도를 끌어올리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가요 프로그램 출연에 집중해 100개가 훌쩍 넘는 팀 중 이름을 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화보 및 행사 스케줄을 소화해 왔는데, 이마저도 인지도가 없으면 진행이 어려운 상황.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기를 하게 되면 청소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다. 시청률을 고려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멤버들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고, 화보 촬영 역시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행사는 얼마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학 축제를 제외하면 지방 축제나 기업 행사 모두 주관객이 중장년층이다. 이들은 가요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보다 드라마를 보는 연령층이다. 그래서 연기를 통해 얼굴을 알린 멤버들에 대한 반응이 좋고, 주최측도 이런 측면을 고려해 가수를 섭외한다"고 설명했다.
한류 역시 '연기돌'이 급증하는데 한몫했다. 관계자는 "한류 가수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중심은 아시아다. K-POP 붐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일본 중국어권 등 아시아 한류는 드라마가 이끌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OST를 부른 가수들에 관한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다. 현지 기획사에서도 이런 가수들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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