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진욱 감독은 양의지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포수에 딱 어울리는 체구에 '느릿느릿한' 움직임이 웃을 수 밖에 없단다. 두산 덕아웃에 가면 김 감독이 양의지를 볼 때마다 농담을 던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포수는 앞선 타석을 마치고 수비하러 나갈 때 장비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백업 또는 불펜포수가 대신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연습투구를 받아주는데, 그래도 양의지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여유있게 다 챙겨입고, 천천히 걸어나간다. 그게 의지의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양의지는 밝은 성격에 화도 거의 내지 않는 편이라 배터리를 이루는 투수들의 호감도 또한 높다. 투수와 사인이 맞지 않아 마운드에 올라갈 일이 있을 경우, 양의지는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포수 자리로 올 때도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구심이 빨리 와 앉으라는 제스처를 보내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김 감독은 "상대팀이 그러면 빨리 들어와 앉으라고 소리지르면서 막상 자신은 느릿느릿 걸어들어온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여유로운 행동에 긍정의 마인드, 이것이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의 장점이다. 양의지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패색이 짙던 9회초 2사 2루서 마무리 김사율의 초구 142㎞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경기후 양의지는 "노리고 있던 직구가 들어와 방망이를 돌렸다"고 했는데, 실제 완벽한 타격 밸런스로 배트를 돌려 가볍게 때린 것이 라인드라이브로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양의지는 덩치와 달리 몸이 유연해 타격에도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의지의 타격폼은 일반 야수들보다 좋다. 정확히 맞히기도 하지만 힘을 싣는 재주도 있다. 타격폼이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양의지는 2010년 포수 신인으로는 최초로 20홈런을 쳤고, 지난 시즌에는 3할 타율을 쳤다. 올시즌 기록은 이날 현재 타율 3할3푼1리에 2홈런 12타점.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이달 말 규정타석을 채워 타격 랭킹에도 오를 수 있는 성적이다.
2006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2010년 경찰청 제대후 기량이 급성장했다. 양의지가 2010년 3월30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발로 나가 2홈런을 날린 후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찰 당시 선배 포수 용덕한은 "별다른 생각이 없는게 의지의 장점"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마인드, 특유의 넉살과 여유로움을 칭찬한 것이다.
이날 롯데전서 홈런을 친 뒤 양의지는 9회말 수비때 1루수로 수비를 들어갔다. 그런데 생애 처음으로 1루수 미트를 낀 양의지는 포수 자리에 앉은 후배 최재훈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짓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1루수를 보는게 어색했는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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