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FC서울 감독(41)은 요즘 신바람이 난다.
"지금은 승점의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며 표정관리를 하지만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감독이다. 올시즌 K-리그 팀 최다 연승인 6연승으로 1위(승점 34·10승4무1패)를 질주하고 있다.
황선홍 포항 감독(44)은 갈 길이 바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병행하면서 길이 흔들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탈락하면서 이제 K-리그에 올인해야 한다. 그러나 좀처럼 분위가 뜨지 않고 있다. 최근 1무1패인 포항은 9위(승점 19·5승4무6패)에 처져있다.
포항과 서울이 17일 오후 5시 포항스틸야드에서 대결한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6라운드다. '독수리'와 '황새'는 K-리그의 신라이벌로 자리잡았다. 독수리는 최 감독, 황새는 황 감독의 꼬리표다. 두 사령탑이 15일 만났다.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최 감독은 여유가 흘렀다. 황 감독은 절박했다. 자존심이 충돌했다. 최 감독은 14일 성남전(1대0 승) 후 "연승의 자신감이 있다. 홀가분하게 포항 원정을 다녀올 것"이라고 했다.
그 의미를 물었다. 최 감독은 "결정력이 아쉽기는 했지만 성남전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 가져왔다. 앞으로 2주 간의 일정이 쉽지 않다. 좋은 분위기 속에 이틀간 포항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다. 맑은 정신으로 원정을 갈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신이 나게 해줄 생각이다. 원정에서 더 강하게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많은 관중 앞에서 재능을 발휘한다. 편안하게 내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황 감독이 발끈했다. 그는 "서울의 컨디션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자존심이 상하는게 사실이다. 홀가분하게 내려간다는 것은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울컥한다. 승부는 승부다. 현 시점에서 물러서고 싶지 않다.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최 감독이 진화에 나섰다.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경기 전까지 편안하게 준비하겠다 얘기였다. 경기가 시작되면 희생하고 투쟁하는 모습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다. 포항은 서울을 재물삼아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황 감독은 "서울은 선두 팀이고 포항은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반전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서울이라는 큰 팀에 승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상승세를 타는 계기를 삼는 경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도 그냥 있지 않았다. 그는 "반전의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선수들이 영리하게 헤쳐나갈 것이다. 승리하고 싶다"고 맞불을 놓았다.
두 사령탑은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현역시절 대결에선 황 감독이 3승2무로 앞섰다. 하지만 지도자간의 승부에서는 최 감독이 2승1무를 기록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과는 선수 시절부터 우정이 깊다. 감독이 된 후 승부욕에 불타있는 것 같다. 두 번 연속 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동률을 맞추고 싶다." "소중한 추억 시간을 함께 보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대결한다는게 흥미롭다. 난 배우는 입장이다. 둘다 자존심 세고 지기 싫어하는 공통점이 있다. 욕심이 지나칠 수 있지만 우리는 승점을 계속 쌓아갈 것이다."
두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다음달 5일 올스타전에서는 2002년 월드컵 멤버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 "이기는 팀 감독이 올스타전 선발로 나서기로 했다." 승부욕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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