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고민이 좀 될 것 같네요."
LG 김기태 감독은 지금 고민스럽다. 머리 속에 복잡해진 상태.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답답하다거나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그 고민거리가 궁극적으로는 김 감독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기분 좋은 고민거리' 바로 넘치는 선발진 정리 문제다.
우규민의 대활약, LG 선발이 넘쳐난다
LG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선발진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보였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터진 불법 스포츠도박 연루 사건 때문에 두 명의 선발후보 투수들이 옷을 벗었기 때문. 게다가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리즈를 선발이 아닌 마무리투수로 기용했다. 왼손투수 봉중근도 수술에서 채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팀에서는 외국인 선수 주키치와 김광삼 임찬규 정도를 제외하고는 마땅히 선발로 쓸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파격적으로 선수를 기용하며 선발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냈다. 무명에 가깝던 입단 6년차 왼손투수 이승우나 신인 좌완투수 최성훈에게 선발 기회를 마음껏 제공한 것이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어야 진짜 1군 선수가 되는 법이다. 이승우와 최성훈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승리를 따내든, 못 따내든 혼신을 다 한 피칭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감독의 눈을 사로 잡았다.
여기에 김 감독은 또 하나의 파격적 선발 기용으로 새 선수를 찾아냈다. 2004년 입단 후 올해까지 9년간 불펜에서만 뛰었던 언더핸드스로 투수 우규민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준 것. 원래 지난 16일 군산 KIA전은 순서상 외국인 에이스 주키치의 선발 등판일이었다. 그러나 주키치가 배탈 증세로 인해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우규민을 대체 선발로 내보냈다. 그런데 우규민은 이 한 번의 기회를 멋지게 살렸다. 7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3삼진으로 비자책 1실점하면서 데뷔 후 9년, 256경기만에 첫 선발승을 챙긴 것이다. 김 감독은 그래서 경기 후 "규민이가 선발에서 잘 던져주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선발의 기회를 계속 줘야할 것 같다. 선발진을 잘 운용하는 숙제가 또 생기게 됐다"며 즐거운 고민을 감추지 못했다.
LG '6선발 체제' 운용하나
올 시즌 LG에서 선발로 나섰던 투수는 무려 10명이나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곧, 김 감독이 그만큼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팀의 선발진 강화를 위해 고민해왔다는 뜻이다. 현재 1군 엔트리에 있는 투수 가운데에서는 주키치와 리즈, 김광삼, 이승우, 최성훈, 우규민 등 6명의 투수가 선발 요원으로 분류된다. 한때 '선발 기근'을 걱정했던 LG가 이제는 여유있게 '6선발 체제'를 구축하게 된 현실이다.
배탈 증세로 등판을 한 차례 거른 주키치는 심각한 증세가 아니라 며칠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주에는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LG는 여섯 명의 선발진을 여유있게 운용할 수 있다. 구성도 다양하다. 우완 정통파 2명에, 좌완 3명 그리고 언더핸드스로까지 구색을 다 갖췄다.
김기태 감독은 "6선발 체제에 대한 구상도 충분히 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이 되면 아무래도 불펜진의 구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때 6선발을 돌리게 되면 팀의 마운드 운용에 여러가지 장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우규민이 한 차례 잘 던지긴 했지만, 선발로의 연착률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우나 최성훈 역시 아직 완전히 믿음직한 선발 요원은 아니다.
그래서 김 감독도 "당분간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선발진을 꾸려가면서 6선발 체제를 시험해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선발진의 강화로 인해 LG의 상승분위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듯 하다.
군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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