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없다. 국민이 혈세를 허락했을 때는 힘을 내 다시 '국민을 위해' 일어서기를 원해서였다. 15년이 흘렀고, 빌린 돈을 갚기는커녕 자기들끼리 호의호식이다.
감사원이 최근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서울보증보험의 방만 경영 실태를 조사, 발표했다. 과다한 직원 복리후생과 사명감이 결여된 업무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보증보험은 기업과 개인의 상거래 시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서울보증보험의 30년차 직원인 조 모씨는 2011년 연차 유급휴가 보상금만으로 2200만원을 챙겼다. 직장인 연봉 수준이다. 법대로하면 25일치인 620만원이 맞지만 유급휴가 일수를 최대 42일, 지급비율 역시 크게 뻥튀기 했다. 유급휴가 수당의 하루당 보상액은 하루 임금의 3.8%인데 이를 8%까지 인상시켰다. 이를 통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92억원의 연차보상금이 과다 지급됐다. 또 2010년 3월 기준으로 연차휴가 일수가 25일 이상인 직원은 퇴직때까지 이를 인정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를 통해 직원 450명에게 약 19억원에 달하는 연차 수당이 초과 지급됐다.
대학생 학자금 지원도 사내복지기금에서 우선 무상 지원하고 재원 부족시에는 예산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2003년부터 대학 학자금 전액을 아예 예산에서 지원하고 있다. 감사원은 '공적자금 상환이 종료되지 않은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대학 학자금 예산은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에서 융자하는 방식으로 지원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까지 3년간 대학생 학자금으로만 23억8900만원을 썼다.
제 몫 챙기기에는 빈틈없는 서울보증보험이지만 업무처리는 부실했다. 서울보증보험 A지점은 B건설사의 아파트 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납품업체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2009년부터 2년간 1069억원을 보증했다가 이 업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648억원을 날렸다.
서울보증보험이 일반 사기업이라면 직원 복리후생 제도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업이다. 외환위기 당시 서울보증보험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10조5497억원의 공적자금을 예금보험공사(정부 출연기관)로부터 받았다. 14조원이 들어간 제일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지금까지 갚은 공적자금은 불과 2377억원, 회수율은 22%에 불과하다. 그동안 직원들의 연봉은 수직 상승했다. 2010년 직원 평균연봉은 7000만원. '신의 직장'이다.
외환위기 당시 총 174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103조7000억원이 회수(59.3%)됐다. 회수율이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서울보증보험이지만 뼈아픈 자구노력은 부족했다.
민영화가 공적자금 회수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경영진까지 나서 반대하고 있다. 민영화를 통한 보증보험시장 개방은 공적자금 상환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논리다. 시장경제 시각과는 틈이 크다. '자사 이기주의', '보신주의'라는 질타가 끊이질 않는다.
감사원은 서울보증보험에 주의를 주고, 감독 기관인 예금보험공사에 관리 지도를 요구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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