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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톱을 볼 수 있는 것은 유로만이 아니다

by 박찬준 기자
◇박경훈 제주 감독.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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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독들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가 '세계 축구의 최신 트렌드에 약하다'는 것이다. 유럽축구 마니아들은 '구식 축구를 하는 K-리그가 재미없다'며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그러나 17일 K-리그 16라운드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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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과 제주가 각각 서울과 수원과의 경기에서 제로톱 전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제로톱은 세계 축구에서 가장 '핫'한 전술이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알베르토 파헤이라 감독은 한 축구 코칭 관련 강연회에서 '미래의 축구는 4-6-0 전술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수비전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현대축구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활용할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미드필드를 극대화한 전술이 주가될 것이라는게 그의 논리였다. 파헤이라 감독의 예언은 현실이 되가고 있다.

제로톱 전술은 AS로마를 이끌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가능성을 제시했고, 바르셀로나에 의해 완성되고 있다. 바르셀로는 리오넬 메시 혹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가짜 9번'으로 활용한 전술로 유럽축구를 지배했다. 메시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님에도 가공할만한 득점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도 유로2012 이탈리아와의 첫경기서 제로톱 전술을 활용하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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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도 제로톱 열풍에 합류했다. 포항과 제주는 '9번(스트라이커의 대표 등번호)'없이 황진성(포항), 산토스(제주)같은 미드필더롤 '가짜 9번'으로 배치한 제로톱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요반치치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성남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에벨찡요를 활용한 제로톱 전술을 주요 전술로 활용하고 있다. 색다른 실험을 한 포항, 제주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제로톱 전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미드필드에서 더 기술적이고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력이 극대화돼야 한다. 그러나 포항, 제주 모두 능동적인 전술 변화였다기 보다는 공격진의 부상, 부진에 따른 일시적인 변화였다. 양 팀 사령탑도 인정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공격진의 부상이 많은 상황에서 미드필더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전체적인 변화를 줬다. 하지만 생각한 것 만큼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후반에 다시 변화를 주고 경기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전 "수원이 우리 전술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한 박경훈 제주 감독도 "전술적으로 굉장히 큰 변화를 준 경기였다. 우리 공격진을 활용하기 위한 전술이었지만 전반 실점으로 후반 전술에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사실 K-리그는 전술적으로 단조로운 느낌이 있다. 한 팀의 얼굴인 전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진다면 K-리그에 대한 화제도 늘어난다. 그래서 제로톱 전술은 미약하지만 의미있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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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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