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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범모 "떳떳한 아들 되고싶었다"

by 최만식 기자
20일 오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 만루서 한화 정범모가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2루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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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떳떳하게 경기 보세요."

한화 정범모(25)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영의 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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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7년차이지만 1군 출전 경험이라고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 10경기였다.

그런 그가 한화의 터줏대감 신경현(37)과 역할을 양분하며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올시즌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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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현재 팀내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35경기)에 출전해 가장 높은 도루 저지율(0.276)을 기록하며 한화의 커다란 단점이었던 도루저지에 숨통을 틔워줬다.

뿐만 아니라 튼실한 체격조건(키 1m84, 몸무게 88kg)을 앞세워 타선에서도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니 구단 입장에선 이보다 예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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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최근 5연패 뒤 3연승으로 짜릿한 반전을 꾀하는 과정에서 숨은 일등공신 역할을 한 이가 정범모였다.

지난 19일 LG전에서 파죽의 8연승을 달리던 막강 외국인 투수 주키치에게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일격을 가했다. 이 충격에 주키치는 크게 흔들리며 시즌 첫 패배를 안았다.

20일 경기서는 생애 처음으로 한 경기 최고기록(4타수 3안타 2타점)을 수립하며 팀의 천금같은 3연승의 중심에 섰다.

그야말로 혜성같은 등장이다. 정범모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빌딩을 추진하던 한대화 감독의 '젊은 피' 육성 레이더에 포착돼 4년 만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신경현-최승환에 이은 제3의 포수였다. 하지만 타고난 파워를 바탕으로 한 송구능력과 배팅감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한 감독의 눈에 들었다.

정범모는 "막상 시즌에 들어와서 이렇게 많은 출전기회를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 앞에 부끄러운 자식이 되지 않은 게 더 기쁘다"며 잠시 숙연해졌다.

선수생활 포기를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2006년 청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전체 1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범모는 고교 3학년때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의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그저 그런 2군 선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2009년 상무에 입대한 뒤 수술대에 올랐다.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야구선수에게 생명과 같은 팔에 칼을 댄 것도 치명적인데 제대 후 팀에 복귀해서도 좀처럼 완쾌되지 않아 좌절감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정범모의 눈에 밟힌 이는 부모님이었다. 고향 청주에 살고 있는 부모님은 야구장에 오는 걸 유독 좋아했다. 아버지 정영수씨(56)는 씨름선수, 어머니 윤인숙씨(50)는 육상선수 출신이어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것이다.

정범모는 우월한 운동선수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했다. 하지만 야구를 그토록 좋아하는 부모님은 만년 벤치워머인 아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야구장에 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떳떳하게 출전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정범모는 부상으로 인한 고생보다 부끄러운 자식이 됐다는 죄책감이 더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야구를 놓으려는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그러나 흔들리던 정범모를 다시 정신차리게 한 이 역시 부모님이었다. 정범모는 "너무 힘들어서 모진 결심을 하다가 불현듯 부모님이 떠올랐다. 내가 기죽을까봐 전혀 아쉬운 내색을 안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경기장에 떳떳하게 모실 수 있는 날을 하루라도 만들어드리고 그만 두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범모는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포수답지 않게 빠른 발도 지녀 팀내 도루 순위 2위(5개)다. 이제는 그 빠른 발로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정범모는 "앞으로 소망은 팀이 자꾸 이기는 것이다. 그래야 개인 실력도 늘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모님이 더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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