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에는 각 팀마다 통역요원이 배치된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에도 재일교포 한명이 배정됐다.
하지만 통역요원의 몸은 하나다. 모든 선수단을 챙길 수 없다. 대표팀도 종종 통역이 없을 때 현지인들과 마주해야할 경우가 많다. 특히 팀의 살림을 책임져야하는 태 솔 총무가 바쁘다. 태 총무는 근처 마트를 간다거나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할 때 영어는 물론이고 손짓, 발짓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큰 걱정이 없다. 제2의 통역요원이 두 명이나 더 있다. 김형실 감독과 김연경이다. 둘은 일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김 감독은 독학으로 일어를 배웠다. 배구 선진국인 일본 지도자들과 교류하기 위해서였다. 자유자재로 일어를 구사한다. 일본 현지 기자들의 질문에도 통역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21일 4개국 팀미팅이 끝난 뒤에는 김 감독과 일본 선수단 단장이 함께 독일 감독에게 가위바위보 게임을 가르쳐줄 정도였다.
김연경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시즌을 일본 JT마블러스에서 뛰었다. 팀 적응의 왕도는 언어라고 생각했다. 일어책을 들었다. 노력의 결과 유창한 일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김연경의 능력은 19일 발휘됐다. 선수단은 숙소 옆 스포츠센터로 갔다.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통역요원을 찾았지만 함께 오지 못했다. 선수들은 김연경을 불렀다. 김연경은 관계자와 이야기하더니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후 통역요원이 없을 때마다 김연경이 직접 상황을 해결하고 있다.
김연경의 언어 습득 능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터키에서 활약하면서 경기력 뿐만 아니라 언어능력도 끌어올렸다. 터키어 공부에도 매진했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온갖 단어들을 총동원해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다.
오사카(일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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