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6일이었다. K-리그 막내 광주FC는 전북 원정에서 치욕을 당했다. 전반에만 5골을 허용했다. 역대 전반 5골 경기는 두 경기였다. 1987년 4월 19일 포철-럭키금성전(포철 5대2 승)과 1993년 8월 22일 LG-일화전(일화 5대0 승)이었다. 광주는 희생양이었다. 그러나 1년 2개월여 만에 불명예 기록을 무마시켰다. 23일 전남전(6대0 승)에서 전반에만 5골을 폭발시켰다. 전반 2분 만에 박 민이 릴레이 골의 물꼬를 튼 뒤 김동섭(28분, 43분)과 김은선(32분)이 연속골을 터뜨렸고, 전반 추가시간 다시 박 민이 마침표를 찍었다. 후반 20분에는 주앙 파울로가 여섯 번째 골을 성공시키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광주의 6대0 대승은 양팀 최다 골차 부문에서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9년 9월 13일 포항-제주전(8대1 포항 승)과 2011년 7월 9일 포항-대전전(포항 7대0 승)에 이은 대기록이다.
84일간 어둠에 갇혀 있었던 광주였다. 4월 1일 강원전(1대1 무)부터 12경기 째 무승 슬럼프(5무7패)에 빠져 있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얇은 선수층 탓에 주전 수비수가 경고누적 등으로 하나 둘씩 빠지면서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다. 급격하게 실점이 늘어났다. 12경기에서 평균 2골(25골)을 내줬다.
최만희 광주 감독은 분위기 반전용 카드가 필요했다. A매치 휴식기 동안 가진 목포 전지훈련에서 해답을 찾았다. 새 얼굴 중용이었다. 과감하게 2군 선수들을 기용했다. 수비수 박 민, 이한샘과 공격수 박정민 등이 주인공이었다. 안일함에 빠진 1군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보내고 묵묵히 음지에서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전술도 더욱 공격적으로 바꾸었다. 수비 포메이션을 기존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변경했다. 사실 광주는 전북 못지 않는 공격 전술을 사용했다. 교체멤버도 공격수와 미드필더에 집중되어 있었다. 득점으로 따지면, K-리그 16개 구단들 중 4위다. '광주판 닥공'으로 불리는 이유다.
광주의 젊은 선수들은 그동안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슬럼프가 길어지자 조급해졌다. 최 감독은 졌다고 윽박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엉덩이를 두들기며 다독였다.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점보다는 좋은 장면만 골라 미팅 때 보여줬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절실한 것은 단점 보완이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김동섭 이한샘 등은 전력분석관을 직접 찾아가 단점을 발췌한 영상을 구해 연구했다. 이날 멀티골을 쏘아올린 김동섭은 "올림픽팀 발탁에 대해선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속팀에서 골을 넣지 못한 심리적인 부담감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빛을 봤다. 슬럼프를 끊어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되기 전까지 13경기나 남았다. 정신을 바짝차려 다시 중위권으로 도약해야 한다. 한번 상승세를 타면 무서운 '최만희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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